다만,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하여는 국익차원에서 냉철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문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여당 및 진보세력의 조기환수론과 군 원로를 비롯한 야당 및 보수세력의 시기상조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자칫 국가안보문제가 정치 이슈화 되어가는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시작통권의 조기환수를 주장하는 정부 및 진보세력의 주장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라는 국가안보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주권, 민족자존이라는 다분히 감성적 차원의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전시작통권 환수는 나라의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 국군통수권에 대한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바로잡는 일 등으로 표현하면서 전시작통권 환수 문제를 주권과 결부시켜 추진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었다.
전쟁에서는 승리가 최고의 가치다. 따라서 전쟁에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반드시 이겨야 한다. 현재 한미연합사령부의 존재와 연합사령관이 행사하도록 되어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전쟁수행 노하우를 가진 전쟁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검증된 수단이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주권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둘째, 전시작통권의 조기환수는 전쟁 억지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현대의 협력적 안보시대에 있어서 안전보장 개념의 특징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보다 전쟁을 억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이 감히 도발할 수 없는 강력한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이 현대국방의 과제라 할 수 있다.
현 한미연합체제는 주한미군은 물론 1300조원의 가치에 달하는 미증원전력(항공기 3000여대, 해군 5개 항모전단, 66만의 병력)이라는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전력의 즉각적이며 자동적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 전시작전통제권이다. 따라서 한미연합사 해체, 한미동맹의 약화 및 주한미군철수로 이어질 수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환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억지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셋째, 정부의 안이한 국방, 군사전략관에 문제가 있다.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환수에 따른 안보공백 우려에 대한 대책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 유지,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과 유사시 미증원군 파견, 정보자산 등 한국군 부족전력의 지속지원, 전쟁억지력과 공동대비태세 등 네 가지를 미국 측으로부터 사전보장을 받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확산되고 있는 반미정서와 대북 정책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이미 동맹으로서의 신뢰를 상당부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국방부는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넷째,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정치적 의도로 전시작통권환수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혹시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들과 안보관련 기관에서 남북한 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 언젠가 환수할 것이라면 빨리 추진해보자 라는 인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면 정말로 큰일이다.
국가안보에 시험은 없다. 즉, 국가안보에는 한 치의 허점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2500여년 전 손자(孫子)는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라고 하였다. 전쟁은 국민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는 중대한 일이므로 깊이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병가(兵家)의 원리를 깊이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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