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는 그
마치 인체의 특징으로 ‘누구다’, ‘누구와 닮았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결국 작품도 이러한 개성에 따라 각각 구분되어지고, 독창성이라는 미묘한 흥분을 제공받으려 한다. 현대 사회에서 개성을 중요시 하는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류주의로 치부되기도 하는 것처럼….
작가 임형선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스테이플(staple)다. 그도 그러한 것이 그의 작품의 대부분은 스테이플(staple)에 의해 선이나 형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은빛 그림자(silver shade)라는 제목은 자연스러운 것 이었다.
나는 작가의 선택한 표현방법으로 오브제(objet)가 가진 고유의 색으로 쉽게 이해하고, 누구나 그렇듯 순간에 영감을 준 물체의 우연한 발견과 활용정도로 보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버려진 우산이라는 테마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작품 활동에 대한 보편적인 사고는 변하지 않았지만 작가가 작가 자신에 대한 그리고, 주변에 대한 지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에게 버려진 우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작가의 글에 의하면 지난 7월, 장마가 극에 달한 어느날 우연히 주인의 관심에서 멀어진 빨간색 우산을 발견한다.
그 속에서 작가는 문득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기계문명의 발달에 풍요는 가중되었지만 그와 반대로 인간성의 상실감, 문명의 소외감, 삶의 위기감 등을 떠올렸고, 현대 사회의 경쟁적인 삶과 이상에 대한 혼란에 따른 정체성을 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애초에 스테이플(staple)은 반기계적인 힘이 작용하여 물체의 고정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직`간접으로 화면을 구성하는데 사용하였고, 그럼에 그 물체가 가진 고유의 은빛이 그림자가 합성되어 임형선 작품에 국한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물질 자체는 작가의 삶에 대한 성찰에 있어, 은빛 오브제(objet)로 사용될 뿐이고, 이번 전시를 통하여 자신의 모든 모습을 공개한다는 것에서 그렇게 정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누구나 한번쯤은 삶을 생각한다. 이상적인 삶, 현실적인 삶….
자신의 일상과 그 일상이 만들어 가는 자취가 삶이 듯이 작가의 삶을 바라보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한 방법일 것이다. 이에 임형선의 버려진 우산전에서는 화면에 촘촘하게 만들어진 선과 구성지게 배치된 다양한 면을 따라 이야기하는 형상을 찾아간다면 한층 재미가 있는 전시가 될 것 같다.
임형선 ‘버려진 우산展’ 2006.8.23~29일까지 오원화랑 <대전 현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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