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선완 건양대병원 정신과교수 |
잘 나고 명석한 진정한 영웅이 나타나기도 하고 소시민이나 여성이 결국 영웅적 행태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하여 초반에 어리숙한 녀석이나 유색인종이 조연으로 등장하여 괴물에게 무지막지한 공격을 당하고 희생된다.
정신분석적으로 괴물은 무의식 속의 공격성을 상징한다. 마음 속 어딘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 숨어 있는 공격적인 본능이기에 이를 대표하는 괴물은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것이며 인간과 관계없는 존재가 아니라 어떤 연유로든 인간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괴물의 강력한 힘은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기는 하나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조절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인간의 공격성은 잘 조절되어 표현되면 창조적인 역동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괴물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고 뻔한 결말을 예상하면서도 흥분된다.
왜냐하면 영화가 인간의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대리 만족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격성을 희석시키지 않을 정도의 성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흥행을 보장하는 기본 구성이 완비된다.
최근의 괴물 영화가 무시 무시한 괴물과 여전사의 조합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할리우드 식의 결말은 항상 이런 잠재적인 공격성의 분출은 위험하다는 것이며 양식있는 영웅에 의해 조절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일반 대중들은 까불지 말고 소수 지배 엘리트 계층의 지도를 잘 따르라는 무의식적 타결이 된다. 관객들은 마침내 정치적 지배 이념의 학습을 마치고 극장 밖으로 나온다.
할리우드와 미국 정치 판이 가까운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한국판 괴물 영화가 인기라고 한다. 감독의 의식하고 만들었는지는 모르나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한국 영화이기에 갖는 묘한 차이점을 느끼게 한다.
서양 괴물에서 느끼는 강력한 힘과 공포보다는 무언지 모를 어색함과 기형적인 괴물의 모습에서 외세에 의해 왜곡되고 뒤틀린 변방의 집단 무의식적 적개심을 느끼게 되고 괴물을 처치하는 가족들의 험난한 여정에서 영웅심리보다는 유교적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인간 중심주의를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을 추측한다면 내 생각이 과연 너무 과장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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