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돌연변이 육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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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돌연변이 육종

<사이언스칼럼>

  • 승인 2006-08-21 17:44
  • 강시용  원자력硏 방사선이용연구부 책임연구원강시용 원자력硏 방사선이용연구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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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시용  원자력硏 방사선이용연구부 책임연구원
▲ 강시용 원자력硏 방사선이용연구부 책임연구원
A(자유무역협정)는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됐지만 UPOV는 생소할 것이다. UPOV는 품종 보호를 위해 지난 1968년 창설된 국제 기구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의 약자다.

찬반이 분분한 한-미 FTA는 아직 협상중이지만 UPOV는 이미 소리 없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UPOV에 가입함에 따라 외국 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할 때 종자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로열티 지급 대상 품목과 액수는 2000년 57개 품목 30억 원에서 올해는 186개 품목 약 700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2009년부터는 로열티 지급 대상이 예외 없이 전 품종으로 확대된다. 벼든 딸기든 상추든 우리 종자가 아니면 모조리 로열티를 물어야할 판이다.

대책 없이 늘어나는 종자 로열티를 줄이고 유전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중의 하나는 방사선을 이용한 돌연변이 육종이다.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이란 종자나 식물체에 방사선을 조사해서 염색체나 유전자의 변이를 일으킨 뒤, 유용한 변이체를 선발해서 육성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나라에서 도입한 품종이라도 돌연변이를 통해 주요한 형질을 바꾸면 더 이상 로열티를 물지 않아도 돼 나라마다 돌연변이 육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 기구에 등록된 돌연변이 품종 수는 172식물, 2300여종에 달한다. 그 중 우리나라가 육성한 돌연변이 품종은 30여종으로 경쟁국들보다 한발 늦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후로는 벼와 콩 등 식량작물을 중심으로 돌연변이 육종 연구의 성과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유전자원 확보 경쟁에서 교두보를 마련해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방사선 조사 시설을 갖춘 방사선 육종 전담 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지난 2000년 이후 쓰러짐에 강하고 밥맛이 좋은 ‘원청벼’, 조생종이면서 수량이 높은 ‘원평벼’와 ‘흑선찰벼’ ‘녹원찰벼’ 등 9개 벼 신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했고, 내염성이 강해 간척지 재배에 적합한 ‘원해벼’를 품종 출원했다.

콩도 재래종 서리태의 수확을 빠르게 하고 알을 잘게 한 ‘조생서리’를 지난해 품종 출원하였고, 환경오염 물질인 피틴산 함량이 적은 콩, 비린내가 안 나는 콩과 나물용 콩 등 다양한 돌연변이 품종이 완성단계에 있다.

식량작물 뿐 아니라 나라꽃 무궁화 신품종 ‘백설’과 ‘대광’ ‘선녀’ ‘창해’ ‘꼬마’ 등을 개발해 국립종자관리소에 종자 등록을 마쳤고 국화와 난초류, 글라디올러스, 잔디 등의 돌연변이 육종에도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특`약용 식물과 과수, 채소 및 조경식물 등으로 돌연변이 육성 대상 품목을 더욱 다양화하고, 품종의 개량 형질도 고기능성, 병해충 및 스트레스 복합저항성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방사선을 조사하면 식물에 방사선이 잔류하지 않을까’, ‘유전자변형작물(GMO)처럼 위험하지는 않을까’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 육종에 주로 쓰이는 감마선은 유전자의 변이를 일으키기 위해 짧은 시간 조사할 뿐 식물 자체에는 전혀 잔류하지 않는다.

또 식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일부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거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식물에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주입시키는 GMO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GMO와 달리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은 80여년간 세계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전통 육종 방법이다.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은 농산물 시장 개방과 외국 자본의 국내 종묘기업 합병 등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국내 농가를 지키는 보루가 될 것이다.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으로 새로 태어난 품종도 엄연히 우리 종자인 만큼 연구진이나 농가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애정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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