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까지만 와야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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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까지만 와야 되는지

<가기천이 띄우는 아버지의 편지>

  • 승인 2006-08-18 00:00
  • 충남도의회 총무담당관충남도의회 총무담당관
올해 음력 7월은 윤달이라 그런지 늦더위가 고개를 숙일 줄 모른다. 이처럼 무더운 때면 냉방기사용이 많아지면서 에너지절약운동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곤 하는데, 자원과 물자를 아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절약 차원에서만이 아니다. 환경오염을 줄이고 검소한 생활습관을 갖게 하는 등 여러 면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에너지절약’하면 떠오르는 일이 있다. 20여 년 전 오일 쇼크로 기름값이 크게 오르자 강력한 에너지 절약시책이 시행되었는데, 그 하나로 업무용으로 자동차를 쓰려면 기름을 10%를 덜 주었다.

하루는 서울로 출장을 가게 되어 배차 신청을 하니까 기름을 10%를 적게 주었다. 그래서 “이러면 서울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데 조치원까지만 와야 되느냐?”고 했더니, 담당자는 “원칙대로 할뿐”이라면서 막무가내였다.

기름 10%를 줄이라는 뜻은 자동차 운행횟수를 감축하여 기름을 아끼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텐데, 차는 운행을 하면서 기름의 양을 줄이라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차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할 수 없이 운행도중에 기름을 사서 넣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이런 경우가 없지 않다. 무슨 일이든 목표가 세워지면 그 취지에 가장 알 맞는 방법을 찾고 합리적으로 운영을 하면 될 텐데, 경우에 따라서 다른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를 찾아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원칙만을 강조하며 합리성을 외면하고,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혹시 주위 사람들에게 원칙만을 내세우고 규정대로 할 뿐이라고 하면서 할 일을 다 했노라고 한 적은 없는지, 동료들 간에도 내 주장만을 내세운 적은 없는지 자문해 보면서 목표와 수단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하는 지혜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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