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돈 경제부장 |
사실 우리 지역 건설업체들은 그동안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극심한 경영악화에 시달려 왔다. 공공공사 발주물량 감소와 더불어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 그리고 임대형 민간자본사업 시행 등으로 제대로 건설물량을 확보치 못한 업체들이 태반이다.
심지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단 한건의 공사도 수주 못한 업체가 상당수라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무려 68개 회사가 보따리를 싸고 공사 수주를 찾아 대전을 등졌다.
이 같은 와중에 대전 서남부권 개발 사업 시행이란 지역 건설업체로선 가뭄 속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서남부권 개발 사업은 총 사업비만도 2조4000억에 달하는 지역 내 대형 프로젝트로 지역 건설업체로선 기나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해서 지역 주택 건설업체들은 최근 서남부권 공동택지를 공급 받기 위해 회사 사활을 건 ‘올인 전략’을 펼치고 나선 것이다. 자칫 방심하다간 예전 대규모 공사처럼 수주 대부분을 외지 업체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린 그동안 대전지역 대형 사업장에서 외지 건설업체가 지역 업체를 도외시 한 채 자신들 배만 채운 전력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90년대 둔산 지구 개발에 이어 2000년대초 노은지구 개발 등 굵직한 사업현장에 지역 업체들은 늘 아웃 사이드였다. 공동도급과 하도급 비율은 턱없이 낮아 ‘내 집에 차려진 밥상이 외지인 잔치’꼴이 되고만 것이다.
하지만 이젠 바뀌어야 한다. 지난날의 불합리한 전철을 결코 다시 밟아선 안 된다. 지역에서 발주한 사업에 지역 건설업체가 보다 많이 참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는 아이 젖 한번 물리는 식의 일회성이자 형식적인 건설 관행은 분명 벗어나야 한다.
이 같은 변화 물결의 주체는 역시 건설업체다. 하지만 업체들 역량만으론 결코 이룰 수 없는 게 현실의 벽이다. 그러기에 부산과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선 관(官)이 직접 나서 지역 건설 업체 활성화 시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와 의회가 하나가 돼 ‘지역건설 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제정과 함께 건설위원회와 추진상황실을 운영해 지역 내 공사 현장의 하도급 비율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아파트 건설 사업 등 민간공사 인허가 때 지역 도급과 협력업체 비율을 6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 을 추진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을 수 없는 게 우리지역 현실이다. 대전시와 대전시의회 관계자들은 이점을 눈 여겨 보고 이제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관이 나서 개인 기업을 도와주는 일종의 특혜가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보낼 수도 있다. 허나 이 문제는 단순히 사기업 지원이라는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이라는 거시적 해석이 필요하다. 지역 건설업이 호황을 누리다보면 지역 고용 시장은 더불어 활발해질 것이고, 소비심리 또한 급속히 회복돼 지역 경제 부흥은 분명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 산업은 대전 경제에 중요한 버팀목중 하나다. 건설경기의 부침이 곧바로 지역 경제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건설경기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바로 거기에 있다.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말 그대로 지역 경제에 ‘가뭄 속에 단비’가 되길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조만간 시행될 대전 서남부권 개발 사업에 지역 건설사들이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조속히 마련돼 장기간 불황의 파고에 지친 대전 경제에 활황의 불씨를 지피길 그래서 더욱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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