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환 전위예술가 |
우리 선조들은 남을 윽박질러 땅을 빼앗거나 침략하여 정복한 적이 없으니 우리 문화는 죄의 문화도 아니며 무조건 남을 따라 모방한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수치의 문화 또한 아니었다.
우리는 적당히 주변국 문화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소화했고 서구문화를 개성있게 받아들여 흡수했다. 그래서 이 땅 고유의 문화들과 조화롭게 연결하여 융합했으며 때로는 외래의 것을 용해해서 자신의 것으로 창조해 내기도 했다. 이런 우리전통 문화의 이상적인 발전은 수직 전승하는 전통문화와 수평 전승하는 외래문화가 조화를 이루어 적당한 흔들림과 기울림을 반복하며 교차된 오늘의 문화를 유지해 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현대적 개발과 분별없는 외래의 문화를 받아들여 수평 혹은 수직의 균형의 문화를 넘어트리는 모순의 세기를 문화의 세기라며 살아가고 있다. 하기야 낡은 건물을 부수고 현대식 건물로 더 크고 넓게 지으려 하는것을 누가 막으려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고유의 정서와 향취가 배어있는것은 생명이고 특징이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배우고 느끼고 오는것은 현대적인 모습들을 보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곳의 전통과 역사를 보고 감흥에 젖는 경우가 많다. 건물의 규모나 크기는 그렇다 할지라도 지붕, 기둥, 벽면의 모양새 등은 얼마든지 고풍의 멋을 살릴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만에 가면 사찰이나 식당같은 건축물을 현대식 콘크리트로 지으면서도 옛풍을 그대로 살린 흔적을 여기저기에서 보게된다. 용도에 맞는 편의성과 함께 고전적 가치를 살리려는 배려가 돋보여 곳곳의 건물들이 그곳의 역사를 대신한다.
옛 건물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고층의 빌딩건축을 허용치 않는 파리시의 행정력과 파리시민의 문화의식이 부러운것은 우리의 알팍한 근시안적 상술과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때마다 현대식 빌딩과 너무나 대조를 이루어 어울리지 않는경관을 보게 된다. 과연 우리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남겨 얻을수 있을 것인지 모호해 질때엔 우리조상이 물려준 소박하고 아름다운 문화의 향기를 맡을수 있는곳이 얼마쯤 될까하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럴때 그속에 정착해 오랜시간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과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정신의 결정체가 전통문화이고 그것이 후대에 남겨져 문화 유산이 되는 것이다.
말로만 문화국민. 5000년 유구한 역사라고 떠들어 봤자 떠오르는 것도 내세울 것도 가볼만한곳도 별로 없는 듯 하다. 문화가 있어야 유산이 있고 유산이 있어야 예술도 있는 그야말로 문화국민은 문화가 존재해야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선진문화라고 해서 꼭 현대문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대적 물질 문명과 전통적 문화유산의 어울림이 조화롭게 공존할 때 인간의 창조적 위업에 감탄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긍심도 생길 것이다.
전통과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거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21세기는 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떠들어 대던 말들이 오히려 지금은 진부하다 못해 그 의미마저 사그라지고 있는 듯 하다. 가장 세계적인 것이 가장 우리적인 것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겨레적인 것으로 현대화 못지않게 소중함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문화의 현상계를 말해야 될 것이다.
문화는 창조의 힘을 바탕으로 하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무엇인가? 윈스턴 처칠은 “힘을 동반하지 않는 문화는 내일 이라도 당장 사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역시 선진 문화적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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