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후반 초고속인터넷 보급 네티즌 등장
2000년대초 ‘폐인·원츄·~하삼’ 등 유행
2006년 투글족·Rec족·프로튜어 등 생겨
간지가 좔좔 흐른다, 까
친구들 사이에 ‘인터넷 외계어의 도사’로 통하는 생기발랄 20대인데도 모르겠다고?
속상해 할 것 없다. 이건 ‘10대 나라’의 언어니까. 언어의 연령대별 격차가 커지고 세분화되면서 30대는 물론, 20대도 모르는 10대만의 외계어가 확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외계어를 전파한 주범(?)은 1990년대 초중반 보편화된 무선 호출기(삐삐)다. 당시 숫자만 전송할 수 있었던 호출기를 통해 ‘3535(사랑해)’‘7942(친구사이)’‘8255(빨리오오)’‘1004(천사)’ 등 메시지가 10대부터 30∼40대까지 폭넓게 쓰였다.
비슷한 때 하이텔과 천리안, 나우누리 등으로 대표되는 PC통신이 대중에 확산되면서 가상공간 언어는 더 늘어났다. 이 시기의 특징은 전화선으로 연결된 통신비용을 아끼기 위해 줄임말을 많이 쓰게 된 것.
‘안녕하세요’의 줄임말인 ‘안냐세요’와 ‘반갑습니다’를 뜻하는 ‘방가’를 비롯해 ㄱㅅ(감사), ㅊㅋ (축하), 냉무(내용없음), 강추(강력추천), 드뎌(드디어), 글구(그리고), 열공(열심히 공부하다) 등이 대표적이다. 반가움을 뜻하는 하이루와 대화방에 다시 들어온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리하이’ 등 신조어도 생겼다.
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이 전국에 보급되면서 가상공간 언어는 제2세대로 진화한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네티즌’. 타인의 글에 붙이는 자신의 의견인 덧글과 답글, 악의적으로 덧글을 다는 사람을 일컫는 ‘악플러’ 등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함께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스타크래프트’등 게임도 가상공간 언어가 진보하는 데 한몫했다. 무언가를 살필 때 옵서버(정찰용 캐릭터)로 본다. 다쳐서 치료할 때는 ‘메딕 불러라’등의 게임 문장이 일상 생활에서 버젓이 사용됐다. ‘포트리스’라는 게임에서 여러 캐릭터가 한 캐릭터에게 공격을 가한다는 의미인 ‘다굴하다’란 단어가 가상공간 사전에 포함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카메라 공동구매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정보 공유 사이트로 성격이 바뀐 디시인사이드가 인기를 끌면서 가상공간 언어는 더 이해하기 힘든 세계로 빠져들었다. 기분이 좋거나 황당하고 어리둥절할 때 느끼는 감정을 대신해 돈을 함부로 쓰는 행위를 두고 ‘지름신이 강림하셨다’ 등의 표현이 사용됐다.
드라마나 만화, 영화 등 하나의 콘텐츠에 빠진 사람들을 일컫는 ‘폐인’, ‘위협하다’는 의미를 가진 ‘방법하다’, ‘당신이 최고’라는 의미인 ‘원츄’등도 이때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하삼체’가 유행이다. ‘하삼체’는 말끝마다 ‘삼’자를 붙이는 것으로 ‘밥먹었어?’를 ‘밥먹었삼?’등으로 쓰는 말투다.
심각한 실업난에 허덕였던 2004년 취업시장에 쏟아진 새로운 신조어인 낙바생(낙타가 바늘구명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한 학생), 강의 노마드족 (전공과목 외에 토익, 취업 강좌 등을 찾아다니는 학생), 캠퍼스 더블라이프족(학업과 창업의 이중생활을 하는 학생) 등이 등장했다.
토익을 게임형식으로 바꾼 ‘전국 대학 영어게임 대회’의 인기와 함께 ‘토폐인(토익 폐인)’이 나왔고 회원이 30만 명이 이르는 ‘취업 뽀개기’ 동아리는 ‘취뽀’라는 용어를 낳았다.
이밖에도 동아리 고시(취업에 유용한 일부 동아리 가입이 고시만큼 어렵다는 뜻), 유턴족(사회생활을 하다가 학교로 돌아오는 부류), 에스컬레이터족(편입학을 거듭하며 몸값을 올림), 점오배족(연후 때 고향 방문 대신 ‘0.5배’ 추가 아르바이트를 선택)등이 유행했다.
직장가에서는 ‘이태백’,‘삼팔선’,‘사오정’,‘오륙도’등의 신조어가 일반 명사처럼 자리 잡았다.
신조어인 면창족은 퇴직 압력 속에 일이 줄어 창만 바라보는 임원급을 뜻한다.
체온퇴직은 사람의 체온 36.5도를 빗대 체감정년이 36.5세라는 뜻. 정시 퇴근하고 고속승진을 기피하는 네스팅족도 등장했다.
공부하는 직장인이라는 ‘샐러던트(샐러리맨+스튜던트)’는 직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세태를 반영한다,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휴대전화로 영어공부를 하는 ‘모잉족(모바일잉글리시족)’도 같은 맥락이다.
올 하반기에는 인터넷 트렌드를 조명하는 정보기술(IT)관련 신조어가 유행될 전망이다.
안습(감동이다), 쌩얼(맨얼굴), 훈남(훈훈한 남자) 등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웹 문화에 익숙한 ‘투글(two글)족’이라고 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글족은 모든 단어를 두 글자로 줄여 사용한 데서 비롯된 신조어다.
실제 의태어와 의성어 중심의 감정표현이나 앞글자 중심 단어 줄이기에 익숙한 신세대 들은 므흣(흐믓하다), 덜덜(떨리는 상황), 츄릅(침흘리는 상황) 등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포털이 일방으로 보여주는 사이트가 아니라,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로 사이트의 첫 화면을 만드는 웹DIY도 유행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SN이 최근 이같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고 국내에서 네이트닷컴이 마이네이트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에 이러 동영상이 뜨면서 ‘디카족’대신 ‘Rec족’의 개념도 부상하고 있다. 녹화라는 뜻의 Recoding에서 나온 이 말은 과거 사진으로 자신의 일상을 소개한 네티즌들이 이제는 동영상을 이용하게 되면서 생긴 신조어다.
정보 열광자들이 일컫는 ‘인포러스트(Information +Iust)’는 누구보다 발빠르게 각종 정보와 상품들을 흡수하고 블러그`미니홈피`댓글 등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을 뜻한다.
자격증도 없고 전문교육울 받지 않았지만 취미생활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프로튜어’란 신조어도 생겼다. 직접 만든 액세서리나 가구 등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팔 수 있도록 한 오픈 마켓이 등장하면서 프로튜어란 단어 사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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