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문화와 속도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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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문화와 속도의 경제

<시 론>

  • 승인 2006-08-17 00:00
  •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식당주인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식당에 들어와 주문한지 3분도 안 됐는데 빨리 주세요 하는 사람이다. 한국에서 살던 화교를 미국뉴욕에서 만나 혼난적이 있다. 중국집 메뉴판에 한국어로 한국식 자장면 있기에 자장면 주문하면서 엉겹결에 빨리주세요 했다가 상당한 불평을 들었다.

골프 칠 때도 연습스윙을 세 번이상하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가르치는 곳이 한국이고 조금만 신중하게 치려하면 캐디도 빨리빨리 하세요 하며 재촉하기 때문에 유격훈련처럼 빨리 이동하고 빠르게 치고 그늘집에서도 빨리 먹고 빠른 속도에서 사는 한국인이다.
관광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이드가 빨리빨리 보시고 10분내로 오세요 하며 빨리보고 빨리 이동하고 빨리 먹게 한다. 너무 빨리 움직이다보니 관광지의 기억과 추억이 없이 오직 사진으로 기억을 한다.

이러한 빠름의 문화에 살던 필자가 몇 년전 연구년으로 미국보스턴에 가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전화설치도 1주일뒤에, 침대를 사도 1주일뒤에, 텔레비전을 사도 1주일뒤에, 모든 것이 그날사서 그날 해결되는 우리 문화에서 살다가 상당히 힘든 경험을 하였다. 요즈음 우리 학교에 온 외국인 교수들은 “한국 가전제품의 빠른 애프터 서비스가 마음에 든다”고 하며 감격을 한다.

또한 다른 나라보다 한국회사가 신제품을 빨리 내놓기 때문에 국제 전시회장에는 한국관으로 사람들이 몰린단다. 빠름의 순기능은 GE의 이멜트 회장을 움직여 임원들을 한국에 파견해서 한국기업의 스피드 경영을 배우도록 했다고 한다. 우리의 단점으로 인식되던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좋게 작용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LG전자 프랑스 법인에 꽃다발과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60인치 PDP TV가 고장 나서 신고했더니 서비스 요원이 하루 만에 패널을 바꿔줬다. 놀라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리하는 기간이 일주일에서 한달까지 걸리는 데 비해 한국 업체들은 하루에서 2~3일이면 수리를 끝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면 당연한 일인데 감탄하는 것을 보면 글로벌 시대의 속도의 경제에 빠름의 문화가 접목된 것이다.

그러나 ‘빨리빨리’가 주는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자동차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 조금만 늦게 출발하면 뒤에서 요란한 경적이 울리고 제한속도를 지키면 뒤에서 번쩍번쩍 라이트가 켜지며 빨리 가란다. 수만 명 모인 축구장에서 시합이 끝난 후 먼저 빨리 나오려다 차가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기도 한다.

걷는 것도 빨라야 하고 식당에서도 밥을 빨리 먹어야 한다. 휴대전화도 빨리 바꾸지 않으면 무전기라고 하며 ‘쉰세대’라고 한다. 그러나 이 빠른 문화는 음식 먹는것과 운전만 빼놓고는 대체로 글로벌시대에 순기능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가 디지털 사회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글로벌 경쟁 속에 ‘속도의 경제’가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의 빨리빨리는 경쟁자보다 한걸음 빠른 시장선점과 빠른 신제품출하는 세계시장에서 살 수 있는 우리만의 장점이라고 하겠다. 우리의 빠른문화는 인터넷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수했고 핸드폰의 보급률도 단연 세계1위다. 속도의 경제에서 순기능적인 빠름의 문화를 정립하고 역기능적인 빠름을 재정립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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