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기간 세계식민지 역사상 가장 혹독한 일제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말과 글과 역사를 빼앗기고 전통과 문화가 박탈되고 인력과 물산 ` 자원을 수탈당하였다. 4천년 역사와 3천리 강토와 2천만 생령이 일제에 짓밟히고 노예가 되었다. 이 땅은 거대한 감옥이 되고 한민족은 죄인 아닌 수인(囚人)이 되었다.
광복의 날을 보지 못한 채 항일 전선에서 산화한 수많은 선열이 있었다. 광복은 그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며 누구보다도 해방의 그날을 기다렸던 백범 김구의 개탄에서 민족의 앞날은 예비되고 있었다.
“해방! 이것은 나에게는 기쁜 소식이라기보다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었다. 수년간 애써 온 참전의 준비가 허사가 되었도다. …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가 이번 전쟁에 한 일이 없으니 장래에 국제 간에 있어서 우리의 발언권이 박약하리라는 것이다.”(백범일지)
백범의 ‘걱정’은 현실로 나타났다. 3·8선이 그어지고 남북에 두 개의 정권이 수립되었다. 이어서 6·25동족상쟁이 벌어지고 길고 험한 열전과 냉전 시대를 거쳐 2000년 6·15선언과 함께 남북화해협력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렇지만 북핵과 미사일문제 등으로 남북관계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미국의 세계적인 대학자 노엄 촘스키가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어느 나라인가” 라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사우스 코리아!”, 대한민국이라는 명쾌한 답변이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동북아 유일의 수평적 정권교체, 연 5000억 달러의 무역고, 21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 세계최선두의 IT산업과 조선업, 한류열풍, 스포츠 강국, 제2위의 대학진학률, 역동적 시민운동, 미국 ` 중국 ` 일본에 가장 많은 한국유학생, 연 1000만 명의 해외 여행자…. 이렇게 우리는 짧은 기간에 각 부분에서 집중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빈부 ` 도농격차, 지역불균형, 노사대립 등 여전히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이념갈등을 빚고 있지만 세계가 놀랄만한 발전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남북 이데올로기 대결에서 우리가 승리한 것이다. 남쪽에서는 비대증이 걱정인데 북쪽에서는 굶주림이 걱정이다. 이제는 북을 포용할 차례다.
광복 61주년을 맞는 오늘의 시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다이내믹 코리아’라고 불릴만큼 모든 분야에서 발전하고 역동성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우리 앞의 도전 또한 적지 않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침탈 야욕, 중국의 동북공정프로젝트로 포장되는 고구려 ` 발해의 자국사 편입에 따른 불순한 배경 등 한반도 주변의 움직임은 100년 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민족의 에너지는 여전히 둘로 갈라져 내부에서, 내부끼리 상당 부문을 소진하고 있다.
어언 광복 61주년이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지적한 역사발전의 단계라면, 우리는 지금 창업(創業)의 단계를 거쳐 경장(更張)의 과정에 있다. 경장을 잘해야 수성(守成)이 가능하다. 1945년 8·15광복의 의미는 통일된 민족 국가의 건설이었고, 그것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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