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 살리려면 통제보다 개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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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 살리려면 통제보다 개방을

<경제칼럼>

  • 승인 2006-08-14 00:55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최근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우리나라 병원, 의료기기, 제약 등 의료산업 전반에 대한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그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들 중 의료서비스분야인 병원산업이 그래도 나은 편에 속하고, 나머지 의료기기와 제약산업분야는 경쟁력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약제비 산정방식을 선별목록제로 바꾸기로 한 가운데 FTA를 통하여 미국이 국내 카피약품 유통방법에 대하여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소업체 중심의 우리나라 약품제조업은 여건변화에 따라 절반 이상이 도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은 신약은 한 대기업에서 만든 항생제 한 가지가 유일한 실정이다.

의료산업분야에서 신약개발의 성공은 현금창출의 원천으로 통하기 때문에 이미 10여 년 전부터 국가 전략산업화니, 집중 투자대상분야니 하면서 요란을 피워왔다. 그러나 결국 오늘날까지도 가시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하여 글로벌시장 속에서 제약산업은 풍전등화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의료기기분야 역시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되는 것은 고사하고 국내수요 수준에도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주로 중소업체나 벤처기업에서 참여하고 있다 보니 기술투자가 저조하고 전통적으로 외제를 선호하는 국내 병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다행히 IT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초음파분야 기술력에 있어서는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고있는 정도다.

앞으로 건강유지나 질병예방 및 치료 산업은 인간의 욕구변화에 따라 그 범위나 용량이 더욱 확대되고, 그에 따라 시장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 통제와 폐쇄주의로 일관해온 우리로서는 상황변화에 조금이라도 잘못 대응했다간 의료산업 시장 전체를 선진국에 내주고 말수도 있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실제로 최근 몇몇 미국계 투자회사들이 우리나라 일부 제약업체에 대한 지분 매수에 나서 인수합병의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 의사자격증 소지자의 국내진료 허용과 경제특구에 한정한 외국병원의 진출 등 미세한 개방에 대해서조차도 의료계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것은 우리 의료산업분야의 체력이 연약하다는 증거이다.

의료산업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기술투자를 통한 첨단 기술력 확보, 고도의 경영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의료계 전반을 뒤덮고 있는 폐쇄성, 통제성 및 일률성의 극복이라고 본다.

의료산업분야도 세계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그 기반으로 해야하는 시점에 도달해 있다. 보건의료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가의 통제와 면허주의로 운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의료산업분야에 대한 과도한 폐쇄성은 다양한 성장과 발달에 장애가 된 측면이 강하다. 최근 물리치료사의 독립운영에 관한 법률도 발의가 되었지만, 의료산업 역시 개방을 통한 경쟁과 다양성 확보가 전제될 때 체질도 강화되고 그에 따라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의료분야와 연계한 의료관광산업과 같은 복합산업분야의 추진에 있어서는 통제보다 관광산업에 초점을 맞추어 민간에게 대폭 개방함으로써 수익력 제고는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전문적인 의료분야는 외국인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자체만으로는 폭발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제도는 근간으로 유지하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방향으로 의료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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