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성모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모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소식은 정말 반가웠다.
네 목소리가 방방 뜨는 것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더구나. 엄마도 며칠 전에 제은이 어머니를 만났다.
친분이 돈독했던 분이라 그런지 바로 초등학교 때 너희를 키웠던 모습으로 돌아가 한참 수다떨다 보니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았는지, 가졌어도 느끼지 못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제은이 동생이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더구나. 여전히 어머니는 고우시고 젊은 초등학생 어머니들 사이에서 열심히 사시는 모습을 보고 엄마도 나태한 마음을 반성했단다. 또 네가 3학년 때 담임이셨던 온정선수녀님 소식도 들었단다.
수녀원에서 마련해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공부방을 온수녀님이 모두 맡아 운영하신다고 한다. 언론으로 네 소식은 들었지만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다고 금세 눈물을 글썽이셨다니 너무 죄송하더구나.
원희야, 온수녀님께서 하셨던 말씀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 도랑물이 바다에 이르자면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하듯, 세상과 인간도 큰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숱한 고비를 만나는데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그 고비를 넘어 흘러야 한다는 것이라 하셨지.
수녀님은 그 고비를 만날 때 막히는 곳을 뚫어주는 수문이 되어주고 싶다고 하셨어. 그래서 그 작은 시작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하셨고 제일 행복하시다는 말씀이 생각난다.
원희야, 온수녀님을 보면 난 늘 테레사수녀님을 생각했다. 공부방을 운영하시는데 적은 지원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꿈을 잃을까 제일 애가 탄다고 제은이 어머니께 말씀하셨다. 가까운 시간에 엄마랑 온수녀님 주름진 손도 잡아드리고 공부방 아이들도 만나보자. 하굣길에 늘 아이들 손을 잡고 교문 앞까지 배웅하시며 끝까지 손을 흔들고 계시던 온수녀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가서 많이 응원해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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