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중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장 |
고전음악도 발표 당시에는 당연히 ‘현대음악’이었고, 주제 또한 그 시대 사회의 정서나 관심사를 벗어날 수 없다. 예를 들어 귀족들의 방탕한 생활을 풍자하여 유럽에서 히트한 보마르셰의 3부작 연극이 있었는데, 제 1부작을 로시니가 ‘세비야의 이발사’로, 2부는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으로 오페라화 하였다. 그래서 세비야를 알면 피가로가 더 잘 보이고, 따라서 감상의 깊이도 배가되는 것이다.
욕심을 더 부린다면 대사를 마디마디 이해하는 것인데, 이탈리아어, 불어, 독어 등 제 2외국어 듣기는(hearing) 말 그대로 욕심일 뿐이다. 근래에 자막(字幕)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자막을 읽다보면 무대는 물론 음악의 흐름까지 놓치기 일쑤다. 대본을 미리 구하여, 암송은 못하더라도 (번역문을)꼼꼼하게 읽어두어야 한다.
이처럼 준비해도 가수의 감정표현, 노래와 연주와의 호흡, 연출가나 지휘자의 해석은 살필 겨를이 없다. 같은 배스바리톤이라도 피가로는 가볍고 백작은 무게 있는 창법이라든가 하는, 작곡자의 의도가 잘 표현되었는지도 음미할 요소다.
이쯤 되면 전문가나 마니아 수준이어서 보통사람에게는 꿈같은 일이지만, 우리에게도 길은 있다.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는 방법이다. 볼 때마다 팸플릿을 정독한다. FM 이나 CD 듣기도 반복중의 하나다.
점차 눈과 귀에 익으면서 출연자와 동화되고 작품에 빠져든다. 미국에서는 ‘해리포터’ 같은 오락영화도 다섯 번, 열 번 씩 보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물며 연극이나 오페라는 일러 무엇 하랴.
갈수록 전에는 안 들리던 것도 들리고, 가수가 바뀌면 또 새로운 감흥을 얻는다.
깊은 연구보다는 온몸으로, 감성적으로 몰입하는 것이 소위 아마추어의 특권 아니던가?
프로들보다 오히려 더 깊고 살가운 몰입을 즐길 수도 있다.
오는 17일부터 나흘간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오페라 ‘마술피리’를 공연한다. 기획팀(조석준 관장)이 출연진을 이 고장 음악인들 중심으로 구성한 점이 더욱 뜻 깊고 자랑스럽다.
예술감독은 대전오페라단 최남인씨가 맡았다. 탄생 250주년을 맞는 모차르트의 주옥같은 멜로디는 물론이고, 잘 알려진 대로 선과 악의 극적인 반전(反轉)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이다. 특히 우리의 자랑,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전매특허(?)인 밤의 여왕 역에는, 이 고장의 최자영과 서울의 오주영씨가 출연한다.
두 콜로라투라의 대결(?)을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두 번은 꼭 봐야겠다.
대전에서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울 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탄성을 자아냈던, 작년`재작년보다 얼마나 더 업그레이드되었는지, 나름대로 채점도 해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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