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일 사회부 기자 |
8일 낮 대전시 초`중`고교 및 유치원 교장단이 충남지방경찰청에 왔다. 경찰의 김신호 교육감 수사와 관련해서 김정식 충남청장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은 탓인지 경찰청장과의 즉석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헛걸음을 한 것이다.
이왕 빈손으로 돌아갈 바엔 경찰청을 찾은 이유에 대해 속 시원히 설명해달라고 했다. 기자들과 대면하자 그들은 어린 학생들 걱정 얘기부터 꺼냈다. 한 교장은 “어린이들이 매스컴에 비친(경찰 수사를 받는) 교육감을 보면서 교육감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비춰 질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교장도 “요즘 TV를 보면서 어린이들이 ‘엄마, 교육감 왜 그래?’, ‘나도 반장선거 나가게 돈 줘’라는 질문을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교육은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면이 비칠 때 더욱 좋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어린 학생 나아가 대전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감 수사내용의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슬그머니 화살을 언론에 돌렸다.
교장단은 기자들에게 한 말과 비슷한 말을 하려는 듯 신문사 등 언론기관에 가려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런 말을 듣고 있자니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많았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대전교육 정상화를 위협하는 집단 가운데 하나가 언론인가’하는 것이다.
언론을 탓하기 전에 대전교육계는 이미 어린 학생들에게 원죄가 있다. 김신호 교육감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기 전, 오광록 전 교육감은 불법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인정돼 도중하차 했다.
전 교육감이 중도하차 한지 석 달도 채 되기도 전에 학생들이 대전 교육계의 ‘구린 내’를 맡아야 했는데 그 원인을 제공한 쪽은 일선 교사도 학부모도 아닌 교육계 수장이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10일 김 교육감 경찰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교장단이 경찰청을 찾았다는 것이다. 교육감 출두를 이틀 남기고 교장단이 우르르 경찰청으로 와서 경찰청장 면담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 수사에 압력을 넣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러나 이날 교장단의 경찰청 방문은 ‘헛걸음’으로 끝났다.
대전교육을 위해서라면 이날 경찰청보다는 교육계 내부로 가서 집안의 문제점을 찾는 편이 차라리 유익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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