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경희 충남고 교사 |
최근 교사 지도행위에 대하여 학생인권 침해를 주장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인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체벌을 금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입법 취지에 따라 매의 크기, 때리는 신체부위와 횟수 등 학교 체벌규정을 자율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체벌은 학생 인격을 고려하여 실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잘못을 본인이 인정하고 반성할 수 있을 때라야 만이 생활지도가 된다.
27년 전, 첫 부임지 학교에서 있었던 사례이다. 출근 시 교무실 문을 열자, 평상시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평소 문제아로 소문난 찬우가 불려와 서있었다. 또 뭔가 걸렸구나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들려오는 학생과장의 큰 목소리.
“야. 이 새끼야. 어서 담배 피라니까. 왜 자취방에서만 몰래 피우냐? 교무실에서도 펴봐. 지금쯤 한대 피고 싶지 않아?”
전날 밤, 자취생 가정방문을 실시하며 찬우네 재떨이에 남겨있던 담배꽁초를 주워 왔다. 찬우는 수차례 두들겨 맞고 오늘 아침부터는 교실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서있는 중이었다. 무료하던 선생님들은 한마디씩 거들었다.
“저 새끼. 며칠 전 내 수업시간에도 자빠져 자다 걸렸어.” “야. 니네 엄마가 너 같은 놈 낳고도 미역국 먹었겠지. 불쌍하다. 불쌍해.”
담배를 물으라는 학생과장 성화가 이어졌다. 실강이 하던 찬우 입에 담배가 물려졌다. 강제로 담배를 물린 학생과장은 “맛이 좋냐?” 등등의 말을 해댔다.
무척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잘 참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어 모두들 교실로 들어가고 찬우는 담배를 물고 교무실 한 복판에 서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모든 것은 반복되었다.
이렇게 4교시 오전 수업이 끝났다. 다시 학생부장은 찬우 머리를 툭툭 쥐어박으며 담배 맛을 물었다. 그 순간,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야. 이 새끼들아! 이 학교 안 다니면 되잖아.”
모든 일이 한 순간에 일어났다. 울부짖는 소리와 흘러내리는 피와 다친 머리를 싸안고 나뒹구는 학생과장을 보았다. 비웃음과 굴욕감으로 인내력의 한계를 벗어난 찬우가 이성을 잃었다. 구석에 세워진 조회대용 마이크 대를 뽑아서 학생부장 머리를 내리친 것이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부모를 때리는 자식이 그게 어디 자식이냐”며 전학이 결정되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달라”며 매달리는 찬우와 어머니의 애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몇 달 후, 그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자퇴했다는 가슴 아픈 찬우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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