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출 한국토지공사 행정도시건설사업단장 |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문화재의 특성상 이를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추구하는 현세인들의 개발욕구는 언제나 우리를 갈림길에 빠트리곤 한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토지의 수요를 급격히 증대시킴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이 고민 속에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 수치에 이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갈림길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토지공사는 그동안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힘써 오면서 문화재보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일찍부터 문화재 전담직원을 채용하여 개발에 앞서 문화재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중요 유적을 확인하면 많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현장 보존 및 제척을 통해 문화재 보존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언제나 여러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 등을 통한 채널의 일원화 및 조정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리라 본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회의에서 건교부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 국토 개발과 환경 보존을 조율할 수 있는 협의조정기구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수렴하고 신속한 합의점을 찾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지난날의 개발은 문화 환경의 훼손을 동반한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철저하게 사전에 조사하고 준비한다 하더라도 한번 발굴된 이상 원형을 뛰어넘기 어려우며, 보존된 유적을 활용하는 방법도 지극히 평면적이고 소극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우리는 보다 다양한 미래지향적 문화재 보존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해당 문화재를 공원`녹지 등으로 계획하여 현상 보존하는 방법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여 보존하는 방법으론 부족하다.
연대기적 테마파크형 박물관 등의 설립을 통한 보존시설의 벨트화 , 청동기`신석기체험관 등 각종 문화체험시설의 설치를 통해 국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미래지향적 문화재 보존방법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단지 문화재 자체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한 문화 환경까지 보존될 수 있도록 하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역사`문화도시의 건설도 새로운 차원의 보존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개발의 물줄기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이 물줄기가 보존이라는 또 다른 물줄기를 만나 더 멋진 물결을 이루어 가도록 잘 조율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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