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서 생활이나 가치관도 엄청나게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저녁을 먹고 나면 평일에는 아파트 인근 공원으로 운동하러 나갑니다. 때론 즐겁고, 때론 귀찮기도 하지만 집식구의 눈초리가 무서워 열심히 따라 나섭니다. 먹어서 생긴 몸 속의 에너지를 마땅히 소비할 곳을 찾지 못해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와 걷고 또 뛰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작고하신 저의 아버지가 보시면 ‘세상 요지경’이라며 한탄하실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피땀 흘려 어렵게 번 돈으로 먹고 마신 음식들을, 또 다시 돈을 들여 소비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운동이 현대인의 필수사항, 웰빙족의 전시물로 인식되면서 공원이나 천변 도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는 재미난 전시장이 됐습니다.
자녀와 함께 아니면 부부끼리, 동네 아주머니들끼리 삼삼오오 공원에서 운동하는 모습은 힘든 운동을 즐겁게 만들곤 합니다. 다양한 걸음걸이와 천태만상의 갖가지 운동 모습을 보면서 모두가 웃고, 흉을 보면서 함께 걷고 뛰고 있습니다.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비만’을 잡고, 점점 솟아오르는 배와 점심과 저녁에 먹은 기름진 음식을 말끔히 없애야 하는 강박 관념 속에서 바삐들 움직입니다.
산속의 개
#제 집식구는 아파트 뒷산을 무척 사랑(?)합니다. 시간만 나면 산으로 가니까요. 몇 년 전 대전 도심에서 살 때와 달리 이 곳으로 이사온 뒤 건강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바로 산, 등산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등산을 할 때 몇 백 미터도 제대로 가지 못했던 사람이 이제는 ‘산 다람쥐’가 다 됐습니다. 한 때 우리 부부와 함께 산을 탔던 친구 부부들도 우리와의 산행을 슬슬 기피할 정도입니다.
제 식구는 정말 개를 무서워합니다. 현대인이면 누구나 좋아(?)한다는 애완견조차도 무서워서 발을 떼지 못할 정도로 개를 무서워합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집식구와 저는 어김없이 뒷산을 탔습니다. 산행을 하다 앞서가던 집식구가 걸음을 멈추면 저는 앞에 개가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압니다. 몸집이 주먹만한 애완견도 무서워서 혼자서는 지나치지 못하니까요. 정말 유난스러울 정도입니다.
그 날은 보통 애완견보다는 훨씬 큰 진돗개 만한 개가 식구를 노려보고 있었고, 제가 식구를 호위해 개 옆을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그때 벤치에 앉아 있던 개 주인이 우리에게 “개가 사람을 무서워한다”며 우리에게 오히려 조심해 달라는 투로 말했습니다.
애완견을 데리고 산에 나오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개들도 비만에 걸리니까 주인과 함께 운동을 하는 거겠죠. 개를 싫어하면 ‘야만인’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애완견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우리 주변에 많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축전 운동화
#살을 빼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헬스장과 공원을 찾아, 걷고 또 걸어야 하는 비생산적인 일이 현대인의 일과라면 무언가를 새롭게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매일 밤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걷고 뛰는 사람 모두가 운동화를 신고 있습니다. 운동화에 에너지를 축전(蓄電)할 수 있는 칩을 탑재해 운동 후 집에 돌아와 그 칩으로 선풍기도 돌리고 휴대폰과 컴퓨터도 작동시킬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의 비생산적이고 다소 소비적인 운동을 다소나마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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