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선 공주대 교수 |
공주로 오는 길 내내 비가 잦아들기를 바랐지만 말 그대로 바람 일 뿐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으니 행사가 제대로 진행 될지 걱정이 앞섰다.
7월 26일 공주대학교의 백제 도보순례대행진의 시작 날이 그렇게 열리게 되었다.
내심 요즈음 학생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였던 터라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참가하겠다고 한 학생들 다수가 포기라도 하면 낭패일 수밖에 없는 일 이었다.
그러나 교문을 들어서며 앞선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삼삼오오 나타나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내리는 비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막을 변수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120명의 대학생들이 5박 6일 동안 120km의 백제의 젖줄인 금강을 따라 지난 역사와 현재를 몸과 정신을 통해 경험하는 대장정이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반면 한명의 포기자 없이 시작한 순례와 동시에 그들이 나약하다는 나의생각은 이미 편견일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방학을 맞아 비단 공주대학교만이 아니라 각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다. 아마 우리대학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참가신청 학생이 넘쳐 선발에 애를 먹을 것이다.
행사의 목적에 명시된 극기라는 단어가 주는 험난한 여정에 대한 예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분출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 중 대학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가르쳐 내보낸 청년들을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의 나약함과 대학교육의 질 등을 이유로 대졸자의 미취업을 설명한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물론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 이유로서의 설득력은 아님이 분명하다. 무릇 교육이란 기본적인 방향이 국가의 정책으로 정해지고 국가는 정책을 정함에 있어 미래 국가인력양성의 밑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함이다.
각 대학의 설립과 학과단위의 신설까지도 교육인적자원부의 인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 일정부분 또는 많은 부분 있다는 점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이 정당한 일자리를 찾아 수긍할 정도의 경쟁을 통해 정착할 수 있는 사회라고 믿고 노력하도록 해야만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두고 무조건 앞으로 가라는 신호만 보내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신호를 보내는 행위의 설득력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수요자 중심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교육에서 수요자 중심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재구성해 보면 학생이 원하는 교육과 졸업생을 원하는 취업처가 필요로 하는 교육일 것이다.
대학교육의 현장은 몸살을 앓을 만큼 고민하며 바뀌어 보려 노력하지만 한편 워낙 척박한 수요처는 고민을 해결해 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청년들의 나약함과 게으름을 탓하는 기성세대들의 지적이 자칫 책임회피로 비추어 질 가능성도 있다. 장대처럼 내리는 빗속을 뚫고, 쏟아지는 태양열과 맞서길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그들은 이미 어떤 도전도 마다하지 않을 준비과정에 있거나 혹은 과정의 끝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능력이 있는 만큼의 일이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원하며 첫 발을 내 딛게 해준다면 기꺼이 참여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패기와 자신이 있다는 무언의 주장을 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완성되어가는 젊음들이 지치지 않고 미래를 향한 희망의 탑을 쌓아 가도록 바닥을 고르고 다듬어 내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120km 대장정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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