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
누구나 기준을 어딘가에 두어 시간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 의한 어떤 형태로든 표현이 이뤄지는 것처럼 세상은 주관적인 객관성에 의해 수 만 갈래로 얽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화가의 작품도 기준이 되는 모티브를 가지고, 창작이라는 표현방법에 의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화가는 꽃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모습에 환호하고, 그 색채에 매료되며, 그 향기에 취하는 소재입니다.
화가 여상희는 그러한 꽃의 외형적 이미지를 이용한 심연(深淵)의 이미지를 발하고 있습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내면의 세계는 그녀가 선택한 맨드라미의 윗부분이 가진 생태적 형상으로 마치, 수탉의 볏과 같은 부분에서 영감(靈感)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것을 에너지의 핵(nucleus)이라 지칭하고 있는데요. 작품에서 보여 지는 정형과 비정형으로 구분할 수 없는 물체의 구불거림이 에너지를 응집하여 팽팽한 긴장감으로 표현되고, 마치 인간의 뇌처럼 신경세포가 모여 신경계의 중심이듯 우주 에너지의 중심으로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화면 전체에 존재하는 붉은 기운은 활기와 생명, 열정과 힘을 상징하여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 오고 있습니다.
화가와 맨드라미가 만나 만들어진 또 다른 이야기속의 핵은 맨드라미 본연의 모습이 소멸되어, 기이한 뿌리의 형상이나 외계생물의 형체를 띠기도 하면서 전이(轉移)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빛의 원천인 태양처럼….
내가 본 여상희는 두꺼운 외투를 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언가 감추기 보다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심연의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태양이 자신을 태워 발산하는 빛이 생명의 에너지가 되어 증폭되듯, 여러분도 여상희가 만든 에너지를 받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롯데화랑 창작지원 ‘여상희’展 / 8월 3일(목) ~ 16일(수) / 롯데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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