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느낄 수 있는 행복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더위를 느낄 수 있는 행복

<가기천이 띄우는 아버지의 편지>

  • 승인 2006-08-04 00:00
  • 충남도의회 총무담당관충남도의회 총무담당관
지난 주말, 네 삼촌이 잠들어 있는 곳을 다녀왔다. 기껏해야 일년에 몇 번 가는 곳이지만 벌써 10여 년 전 너무 일찍 가버린 네 삼촌을 떠 올릴 때면 아린 아픔이 가슴을 저민다.

네가 어릴 적 요즈음 날씨처럼 무더웠던 한 여름이었다. 의식을 잃은 채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네 삼촌이 잠시 눈을 떠보거나 손가락만이라도 움직여 주었으면 하는 가족들의 염원은 이제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간절히 기원하는 처지에 있었다.

사람들이 손부채로 더위를 쫓으며 “아이고 더워”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 동생은 찜통더위를 모르고 있습니다. 더위를 느껴가며 살아가는 것도 행복이랍니다.”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큰 수술을 앞두고도 눈만 껌벅이며 아무 표정 없이 모든 것을 초연한 성자(聖者)처럼 물끄러미 흰 벽을 응시하던 눈망울, 그리고 “형, 나 좀 살려 줘”라고 말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의사선생님을 의지하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철저한 무력감.

삶에 대한 애착과 가족들의 간절한 염원도 조물주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는지 이십대 청년이었던 네 삼촌은 뜻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짧은 생을 접고 말았다.

이름 모를 산새 울고 들꽃 무심하게 피어나는 공원에 남겨두고 오던 날, 회원증 한 장 들고 되돌아오면서 (가족들)누구하나 아무런 말을 꺼내지 못했다.

다섯 나이에 여읜 아버지를 하늘에서 뵙고, 재치 넘치는 해학과 정감어린 웃음을 짓는 아버지의 귀여움을 받으며 오늘도 오붓하게 지내고 있을까?

형제를 하늘나라에 먼저 보내는 애통함을 (내 몸을 반으로 나누는 아픔과 같다하여) 할반지통(割半之痛)이라 한다지만, 오늘도 가슴에 묻은 막내 생각에 속앓이 하시는 네 할머니의 단장(斷腸)의 회한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느냐.

장마가 끝나고 높게 걸린 흰 구름 사이로 내밀 것 같은 그리운 얼굴 떠올리며 ‘더위를 느끼며 사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