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건너온 아시아의 영화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아시안 영화제는 아시아 인기영화들을 소개하는 영화제. 총 29편이 소개된 이번 영화제에선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올웨이즈 3초메의 석양’과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이 관객상 1, 2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특히 ‘뉴욕타임스’가 대서특필하고 영화마다 매진이 이어질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타임 아웃 뉴욕’지는 “좋은 외국 작품에 얼마나 굶주려 있는지 보여준다”고 영화제에 쏠린 관심을 설명했다.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작품은 ‘린다 린다 린다’와 이명세 감독의 ‘형사 Deulist’. ‘뉴욕타임스’는 ‘형사’를 “뮤지컬과 액션영화의 교량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평했고, ‘타임 아웃 뉴욕’은 ‘린다 린다 린다’를 ‘최고의 선물’로 호평했다.
아시아 영화의 약진이 눈부시다. 자국 국민과 아시아인을 넘어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는데까지 성장했다. 프랑스의 유명한 ‘카이에 뒤 시네마’가 2005년 최고의 영화로 에릭 쿠 감독의 ‘내 곁에 있어줘’를 선정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아시아인의 감수성, 아시아의 독특한 감각, 문화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영화들이 지금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상영 중이다. ‘내 곁에 있어줘’ ‘린다 린다 린다’, 박치기란 한글을 그대로 제목으로 쓴 일본영화 ‘박치기’, 이미지로 말하는 태국영화 ‘시티즌 독’ 등등.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영화 7편이 오는 15일까지 상영된다.
참으로 아름다운 감동
▲내 곁에 있어줘=14살 이후 시력과 청력을 잃었지만 삶과 인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테레사 챈의 실화에 허구적 이야기를 덧붙였다. 테레사 챈이 경험하는 ‘침묵의 세계’를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본다면, 주름지고 무표정한 얼굴 너머 그 상실의 심연에서, 바닥을 치고 솟구치는 환한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공동의 노래, 공동의 언어
▲린다 린다 린다=가장 먼저 이들 앞을 지나가는 학생에게 보컬을 맡기기로 한 소녀밴드. 하필 그게 한국인 교환학생이었으니. 낯설고 서투른 배두나의 연기가 생기를 불어넣는다. 물에 빠진 생쥐 몰골로 등장한 소녀들이 “시궁창 쥐처럼 아름답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라고 노래할 때, 그 순간의 희열과 감동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더 이상 분노하지 않는다
▲박치기=1968년 교토. 재일조선인을 사랑하게 된 일본 고등학생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당대의 파란만장한 풍경을 힘차게 그려낸다.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은 사춘기 시절의 불안과 희열을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조선인들의 한, 분노와 슬픔을 고스란히 그려내면서도 그 분노를 웃음으로, 한바탕 소동과 싸움으로 전이시킬 줄 안다. 그래서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됐다.
동화같은 꿈을 꾸는 도시인
▲시티즌 독=골초 소녀, 도마뱀으로 환생한 할머니, 비처럼 쏟아지는 빨간 헬멧들, 페트병이 쌓여 이뤄진 거대한 산, 그리고 그 산 곳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드라마 문법에 익숙한 관객들은 태국에서 보내온 이 엉뚱한 판타지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최근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른 태국영화가 어떤 에너지를 품고 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은밀하고 모호하기 그지없는
▲보이지 않는 물결=이 영화를 보는 건 전쟁이다. 상황과 환상을 감별하는 전쟁. 하지만 쉽지 않다. 은밀하고 모호하기 그지없는 정서들이 유령처럼 떠돈다. 뭘 말하려는 걸까. 인생을 뒤바꾸는 보이지 않는 힘, 혹은 보이지 않는 힘에 휘둘리는 인간의 나약함, 결정적 단서는 제목처럼 보이지 않는다. ‘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이 몽롱한 여인 노아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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