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갈 길은 대북 포용정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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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갈 길은 대북 포용정책뿐

<금요논단>

  • 승인 2006-08-03 17:31
  •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북핵문제를 계기로 촉발된 미국의 북한 봉쇄정책이 미사일 실험발사 이후 고립과 압박의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일본도 기다렸다는 듯이 군사력 강화와 대북선제공격론을 제기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국내 수구언론과 보수정당은 이를 확대재생산하여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 내지 햇볕정책은 실패하였다고 하면서 대북 압박정책에 가세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기획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궁극적 정책목표는 북한정권의 붕괴 내지는 정권교체(regime change)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에 대한 강경일변도의 고립과 압박정책이 과연 한반도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북한정권의 붕괴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다음의 두 가지를 가정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첫째 대북 강경정책을 통해 결국 북한정권은 붕괴될 것이며, 둘째 약간의 혼란은 있겠지만 한반도에 통일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희망적인 가정은 현재 시점에서 타당성이 있는가?

첫째, 지금처럼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공조하여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박과 제재를 가하면 결국 북한정권은 붕괴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경제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와의 교역이 없이 자립경제의 틀을 지탱하여 왔다.

때문에 단기간에 북한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백번 양보하여 북한정권이 붕괴된다고 가정하여 보자. 1년에 천여명의 탈북민을 수용하는 것도 이미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북한정권이 붕괴하여 2500만명에 이르는 북한 주민들이 일시에 남한으로 밀려 들어온다고 해 보자.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수준, 그리고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 등에서 발생하는 복합적 갈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며, 어쩌면 북한정권의 급격한 몰락은 남한사회의 존립도 위태롭게 할 뿐이다.

둘째, 엄청난 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이 무너지면 통일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이것도 너무 소박한 가정이다. 북한정권이 몰락하면 현재의 북한 땅을 남한정권이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중국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조선족은 중국을 구성하는 소수민족의 하나다. 중국이 추진하여 온 동북공정 사업도 어쩌면 북한사회의 붕괴에 대비하여 치밀하게 준비된 측면도 있다.

한편 중국의 비약적 성장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북한 접수를 그저 호의적으로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잘못되면 한반도에서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분노는 충분한 이유와 타당성이 있다. 자기 나라의 국민을 굶겨 죽이는 지도자를 어찌 지도자라 할 수 있는가? 대를 이어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정권도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정권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우리의 형제이며, 동포이다.

지금 당장의 북한정권 붕괴는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안겨 준다. 대북 포용정책을 통하여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 길이 천문학적으로 추산되는 통일비용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들은 김정일을 비롯한 한줌도 안되는 집권층이지 굶주리는 대다수 북한주민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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