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석 공주사대부고 교사 |
이런 무더위에는 뭔가에 몰입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평소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던 나에게, 하루는 아내가 영화 한편을 보자고 제의해 왔다. “날도 더운데 무슨 영화냐”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아내의 성화에 이끌려 어쩔수 없이 영화를 보러갔다.
‘한반도’는 일종의 역사 인식을 계도하는 영화였고, 영화에 대한 소견을 소개하면 다음과 갔다. 무엇보다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플롯 자체의 사회적 배경에 여러 가지 모순이 있는가 하면 어떤 대리충족을 위한 것으로서의 결말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섣불리 폄훼할 수 없는 것은 그러한 시도가 한국영화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고 그것이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가 말하려고 하는 의미를 되새겨 봐야할 것 같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개봉일시는 북한미사일 사태와 관련한 동북아 정세와 한미 FTA와 맞물려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단 ‘한반도’의 큰 흐름은 내부의 적, 또는 남남갈등으로 이야기되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과의 군사적 외교적 갈등은 단지 관객을 긴장시키고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액션에 불과하다고 봐야한다. ‘한반도’전체에 걸쳐서 흐르고 있는 민족의식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을 대변한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가 통일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주변강대국들의 의사보다, 남과 북의 갈등보다, 남남갈등-남한 내부의 갈등-이 더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대승적 관점에서 이 한반도가 더욱 거듭나도 부족할 판에 내부의 자중지란이 생기는 것은 우려할 수준을 넘어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껏 우리는 국제적 관계 속에서 우리 자존심을 지키려고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가? 우리가 과연 우리의 주권을 우리스스로 지키기 위해 얼마만큼 하나가 되고 한목소리를 냈을까? 그것은 고민해 봐야할 일인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하여 한일관계와 우리 한반도 내부의 갈등구조를 심층적으로 다뤄봄으로써 역사 인식을 재고하는 계기로 삼은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영화 ‘괴물’을 통하여 한미간의 갈등과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에 대해 말하고 있고, 안방드라마 ‘주몽’이나 ‘연개소문’을 통하여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켜 우리 한반도의 존재와 위치를 분명하게 교육하고자 하는 입체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본 한편의 영화를 통하여 영혼의 저울질이 달라지고 세상과 국가, 그리고 나를 인식하는데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아서 가슴 뿌듯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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