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가 ‘쏠림의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면 7.26 재보궐 선거는 ‘참여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고, 7.31 지역의 교육감 선거는 ‘혼탁한 민주주의’의 양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리는 참여와 평등, 그리고 상호견제를 통한 균형 감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선거에는 참여, 평등, 균형이라는 중요한 코드(code)가 살아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들이 정치권에 던져주는 함의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투표율 24%의 결과로 흔들리고 숨 쉬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의 문제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회생에 더욱더 많은 관심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의 선거가 어떻게 기본적인 원리들로 재무장할 것인가에 대한 제도 개선적 노력은 뒷전이며, 어떠한 정책과 이데올로기로 국민을 통합하고 사회를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재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이후 정계개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물론 선거결과는 어떠한 것이든 겸허하게 받아들여 그에 적합한 정치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당의 회생이나 소멸, 그리고 정치적 힘을 단 몇 번의 선거만을 통해 조급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최근 일련의 선거이후 정부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다급함과 흔들림은 우리정치의 거대정당의 내공이 얼마나 약한가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집권 여당으로서 집권기를 무사히 정리하고, 새로운 경쟁을 바라보기 위한 중요한 비전(vision)을 세우는 의미 있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교육부총리 청문회장에서 보여준 정부여당 의원들의 일관성 없는 태도, 당 지도부 내부의 분열, 당과 정부의 심각한 이견 등이 국민들로 하여금 더욱더 불안정한 민주주의를 생각케 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민주당이 선거에 패배한 이후 ‘해밀턴 보고서(Hamilton’s Report)’라는 국가의 미래 비전과 구체적 정책방안을 내어 놓고, 국민통합의 핵심 코드와 조치를 준비한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까운 예로 우리 지역에서 지역정당의 대명제를 내걸고 선거경쟁에 최초로 진입한 국민중심당의 경우도 지도부 분열과 정당해체 등의 문제에 시달릴 뿐 초기의 대명제의 진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이 있고 정당이 있는 것이 원론적으로는 타당하나, 정당이 흔들리면 민주주의의 중요한 핵심인 국민도 흔들리는 것이 현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일련의 선거에 흔들려서 이루어지는 정계개편이 아니라 최소한 10년을 예측하고 바라보는 미래 보고서 적인 정치구조 개편이 더욱더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관적인 정책적 기조로 무장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정당의 능력이지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와 판단에 조삼모사(朝三暮四)하는 정당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을 통해 우리 국민의 민주적 의식이 제고되는 것이고, 또한 국민의 이러한 민주적 의식이 정당을 지속적으로 견제하고 관리하는 핵심적인 원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당을 포함해 우리의 정치적 리더(leader)들의 정치관과 민주관을 바로잡는 과제야 말로 흔들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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