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호 권산부인과 원장 |
요즘 보문산 산책을 하다보면 숲속이 축축하게 젖어 있지만 큰 장마가 와 있는 것을 모르는 듯 마냥 조용하기만 하고 여러 종류의 새들 노래 소리만 평화롭게 울리고 있습니다. 대신 눅진한 숲속에서 비오듯 흐르는 땀이 무더운 여름철임을 느끼게 합니다.
대학시절, 그러니까 30여 년 전부터 산악반 활동 한답시고 가깝게는 계룡산, 대둔산 멀게는 지리산,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무심결에 간간이 보이는 보문산은 그냥 볼품없는 뒷동산이나 야산 정도로 여겨졌고 아이들 어릴 때나 부모님 모시고 가끔 전망대나 야외 음악당 근처를 찾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주말이면 하던 골프를 때려치우고 운동삼아 새벽에 사정공원이나 청년광장 근처를 산책하다 보니 여기저기에 미로처럼 다양한 코스가 널려 있었고 조금씩 영역을 넓히며 산행을 하다 보니 점점 보문산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4계절 동안 보문산성 장대루와 시루봉에서 맞는 새벽의 일출 장관, 한밭골을 에워싸고 있는 계룡산, 계족산, 식장산, 구봉산, 만인산과 대둔산, 서대산의 조망, 그리고 골골이 흩어져 있는 아침 안개와 운무의 장관은 내로라는 높은 산에서 보는 아름다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한밭운동장을 비롯한 대전 시가지가 아침 서광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전을 사랑하는 맘도 솟아납니다.
철따라 산책길 주변에 피어나는 야생화들이 귀여워 책을 찾아보니 ‘이럴 수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이른봄부터 피고 지는 야생화들의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관심을 가지고 보면 책에 나오는 종류 대부분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야생화, 우리 들꽃들의 화원이자 천국입니다. 요즘에는 산수국, 여로, 절굿대, 타래난초, 원추리, 좀꿩의 다리, 노루오줌, 석잠풀, 짚신나물, 갈퀴덩굴들이 꽃을 예쁘게 피우고 있고, 자귀나무와 누리장나무도 꽃을 피우고 향을 날리고 있습니다.
요즘 건강과 참살이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운동, 영양제나 건강 보조제, 식품, 취미 활동 등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벽잠 한 시간만 줄이고 가까이에 있는 보문산, 식장산, 계족산들에 오르내리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아름답게 바뀌어 가는 그들의 흐름에 동반한다면 건강, 스트레스, 참살이는 저비용으로 저절로 얻게 될 것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 내 주위에서 새로운 삶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보문산을 사랑합니다. 물론 지금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저하고 있다면 내일부터라도 당장 찾아보시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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