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정부와 나쁜 정책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나쁜 정부와 나쁜 정책

<경제칼럼>

  • 승인 2006-07-31 00:00
  • 최효철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최효철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는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둘러싼 극심한 찬반 논란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정책, 교육정책, 외교정책, 대북정책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그것도 상당히 격한 형태로 나타남으로써 향후 정부의 국정운영 자체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어떤 정책이든지 부작용은 있게 마련이고 그 정책 때문에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갈리는 것 또한 으레 있는 일이다. 이렇듯 국민들 간에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면서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운영의 기본방향에 맞게 각종 정책을 일관되게 수행해나가는 것이 바로 국정운영능력이다.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운영의 방향에 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 그 정부는 선택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사회의 기본 운영원리이다.

경제학에서는 각 경제주체의 행동을 ‘제약하의 최적화’라는 말로 설명한다. 쉬운 말로 하자면 소비자건 기업이건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의 행동을 조직한다는 것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누가 뭐라 그러지 않아도 차를 덜 끌고 다닐 궁리를 하게 되는 법이다.

정부의 정책도 경제주체들에게는 제약조건의 하나로 작용하므로 각 경제주체는 자신에게 유리하면 유리한대로 불리하면 불리한 대로 정책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을 조정해서 최적화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정책이든 그것이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수행되는 한 정책 시행에 따른 부작용도 당초 예상보다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만약 정책이 일관적이지 않거나 예측 가능하지 않을 경우 경제주체들은 최적행동을 조직할 수 없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특히 정부정책이 특정 이익집단의 영향력에 의해 변경 혹은 수정될 수도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될 경우 각 경제주체들은 ‘제약하의 최적화’대신 ‘제약’자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려 하는 소위 ‘지대추구적 행위’에 앞 다투어 나서게 되는데 이 경우 사회적, 경제적 혼란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한미 FTA 추진, 양극화 해소, 국가균형발전 등 국정의 주요 아젠다들을 놓고 빚어지고 있는 최근의 여러 논란들도 정부의 일관적이지 못한 때로는 상호모순적이기 까지 한 정책추진과정에서 초래된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이 정부가 자유와 경쟁, 글로벌 스탠더드와 개방, 시장에 대한 신뢰로 요약되는 자유주의적 기조로 국정을 운용하려는지 아니면 분배와 균형, 조화를 중시하며 국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을 도모하는 평등주의적 정책기조에 기초하고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정책 철학이라는 걸 갖고 있지 않은 채 상황에 따라 즉자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교육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 교육 정책의 기조는 엘리트 교육인가 아니면 평등교육인가? 대학진학률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왜 대학은 평준화하지 않는가? 수준 높은 대학교육을 위해 대학간 경쟁이 당연하다면 그 논리가 초중등교육에 적용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도 산업이니까 생산성을 높이라고 채근하면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의 노력에는 제동을 거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이런 의문들 때문에 우리는 혼란스럽다.

교육정책이 되었건 경제정책이 되었건 또 다른 어떤 정책에서건 극좌정책보다도 극우정책보다도 더 나쁜 정책은 일관성 없고 예측 불가능한 우왕좌왕 정책이다.

그리고 독재정부보다 더 나쁜 정부는 자신의 국정운용에 자신감을 잃은, 그래서 정책의 무게를 잃어버린 허약한 정부이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정부정책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을 조정한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사회는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