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은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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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은 향기가 난다

<보스턴의 딸에게>

  • 승인 2006-07-28 00:00
  • 시인 이가희시인 이가희
원희야, 한국에 돌아와도 너는 서울에, 엄마 아빠는 대전에 있으니 방학 때라도 가족 모두 아침을 함께 먹는 시간을 상상했던 것은 그야말로 꿈인 것 같다. 그래도 지난 주말에 서울에 올라갔더니 네가 동생을 데리고 이것저것 챙기고 도란도란 살아가는 진지한 이야기도 나누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원희야, 넌 한 번 씩 우리 가족들의 신발을 신어보아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하루를 걸어온 남아있는 체온을 느낄 수있는 신발을 신어보면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다. 특히 아빠의 큰 구두를 신어본다면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분명 무게가 다를 거라 믿는다.

원희야, 지혜로웠던 솔로몬은 성전을 지을 때마다 ‘백향목’이라는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솔로몬은 백향목을 심어 자신의 건물 안에서 머물다 간 모든 사람들의 옷깃에 백향목 향기가 베어 오랫동안 그 성전을 기억하게 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향기가 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솔하고 따뜻한 향기가 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금방 사라지는 향기는 향기가 아니다. 우리가 여름이면 흔하게 듣는 매미울음. 그 매미 중에는 허물을 벗어 한 곡조 뽑기까지 17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리는 종류가 있다고 한다.

허물을 벗고 한 여름을 가르는 울음 한 소절이 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의 의미는 가볍게 풍기는 향기와 분명 다를 것이다, 열심히 뛰는 사람일수록 그 냄새는 깊고 진지하다. 나는 네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따스한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네 향기를 맡으러 사람들이 곁으로 모이길 바란다.

원희야, 우리가 평소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에 가족들의 냄새는 네가 더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아빠의 구두는 하루를 담아오는 땀에 절은 냄새일 것이다. 비록 향기는 아닐지라도 너는 아빠의 구두를 신어보며 아빠의 삶의 체취를 느껴보길 바란다. 지금처럼 가슴 따뜻하게 사람다운 냄새가 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남은 방학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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