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편집부장 |
최근 대전시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이다. 대전도시개발공사,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수장(首長)들의 진퇴를 두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방도 치열하다. 이 문제는 급기야 대전시의회에서도 거론됐다.
조신형 의원은 실국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임명된 사장은 물러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성효 시장이 속해 있는 한나라당 이재선 대전시당 위원장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새 시장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완곡하게 이들 사장들의 퇴진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세계과학도시연합 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박 시장은 이들 공기업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지 않고 출국해 해당 공기업 직원들이 이에 대한 배경을 놓고 전전긍긍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정무부시장 인선 문제에 이어 박 시장이 취임한 지 채 한달도 안돼 시청내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이재선 시당위원장이나 조신형 의원은 시장이 직접 언급하기 어려운 시산하 공기업 사장들의 퇴진을 대신 요구했을 수 있다. 새 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 역시 수긍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임기제인 공기업 사장들의 운신 문제는 당사자나 인사권자인 시장에게 맡겨 두는 것이 타당하다. 인사권자를 제쳐두고 주변에서 ‘토끼몰이’ 하듯 진퇴를 말하는 것은 그리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자치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은 인사권에서 나온다. 수천명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은 힘의 원천이 된다. 대부분 공무원들이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현직 시장의 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민선4기를 맞는 지방자치의 폐해는 대부분 그릇된 인사에서 비롯됐다. 단체장은 임기 내내 자기 사람심기에 급급하고, 선거를 통해 뽑힌 새로운 수장(首長)은 자기 사람으로 자리를 메우는 악순환이 민주주의 꽃이라는 지방자치제도를 훼손하고 있다.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관용이다. 관용은 상대편에 섰던 사람을 용서하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다면 발탁해 등용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적의 장수라 할지라도 능력이 있다면 과감히 발탁,적재적소에 배치했던 것이 동서고금 위대한 치자(治者)들의 기록이다.권력자의 주변에는 사람이 몰려들게 된다.
자기가 이뤄놓은 성과를 과대 포장해 권력자의 눈을 멀게하고, 귀를 막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수장이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부하는 사람만을 등용시켰을 때 그 조직은 내리막길로 간다. 국가든 기업이든 간신(奸臣)이 넘쳐나는 조직은 필경 쇠락한다.
어느 권력자라도 추진하는 사안에 대해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부하 직원을 달가워할 리 없다. 그러나 아부하는 사람만이 넘쳐나고 직언(直言)이 없는 조직은 망한다. 수장의 권위는 훼손되고, 아부에 능한 사람은 주인이 바뀌면 언제라도 손바닥 뒤집듯 변절한다. 옥석을 구분해 인사를 해야 하는 이유다.
민선자치단체장은 정치인과 행정가의 경계에 서있다. 시정을 잘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요인보다 행정력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박 시장이 시정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 뿐 아니라 여타 정당들은 물론 시민들의 의견도 수시로 청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박 시장과 대전권 국회의원들이 만나 정파를 초월해 지역발전에 힘을 합치자고 중지를 모은 것은 의미가 있다. 박 시장이 오직 시정을 위한다는 기준으로 임한다면 공기업 사장들의 인사를 포함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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