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
댐건설론자들은 북한강에는 6개의 댐이 있지만 남한강에는 충주댐 하나밖에 없어 홍수에 취약한 데도 정부가 환경단체 등에 밀려 댐 하나도 못 짓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 나아가 동강댐이 환경단체의 반대로 못 지었다며 댐 건설을 가로막았던 환경단체는 서울이 물바다라도 되면 그 때 가서 자기들이 무슨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지도 생각할 것을 권면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물난리는 댐이 부족한 탓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정부와 시민단체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서울 양평동과 고양 행주외동 등 도시 지역의 침수 피해는 부실공사가 원인이었고, 강원도 통행두절 사태는 마구잡이 도로공사 때문이었다. 강원 산간지역과 하천 주변의 피해도 하천정비 불량과 막개발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수해를 당한 동강 상류의 정선과 평창 지역의 경우는 댐건설론이 얼마나 황당한 주장인지를 보여준다. 남한강에 댐이 없어 물난리가 난 것처럼 말하지만 남한강 유역의 수계가 워낙 넓기 때문에 동강댐의 한강 수위 조정 능력은 20cm에 불과한 것으로 증명된바 있다.
한탄강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탄강~임진강 하류의 상습 침수 지역인 문산은 이번 물난리의 피해를 전혀 받지 않았다. 제방을 높이고 배수시설을 확장하는 것으로 수재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른바 ‘지역 맞춤형 대책’의 실효성을 보여준 셈이다. 더욱이 문산의 96년, 98년, 99년의 물난리는 임진강 본류가 아닌 지류인 동문천의 좁은 하천폭 때문에 일어나곤 했다. 한탄강댐의 건설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의 홍수조절용 댐에 대한 관리 부재다. 이미 건교부는 지난 7월에 집중호우와 태풍의 위협이 있는 6월부터 9월 사이의 ‘합리적 댐수위조절방안’을 밝힌 바 있다. 집중 호우를 대비하여 비워두어야 하는 댐수위(제한 수위)를 기존보다 더 낮게 책정하여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의 14개 다목적댐의 홍수조절효과를 기존의 26억t에서 52억t으로 2배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충주댐을 예로 든다면 기존의 제한수위 138m를 홍수 전에 125m로 하향 조정해서 집중호우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연합의 조사 결과 건교부는 충주댐의 저수량을 사전에 조정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남한강유역에 또 하나의 홍수조절댐인 도암댐은 정선지역까지 15%의 홍수조절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암댐도 미리 물을 빼지 못한 상태에서 상류지역에 내린 비로 만수위에 근접한 상태에서 큰비를 맞아 흘러드는 물을 그대로 방류하고야 말았다. 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관리조차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댐건설 논란은 물난리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대책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가로막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로 대표되는 댐 건설족들은 수재의 책임에서 벗어나면서 새로운 댐건설의 수요를 창출하는 일거양득의 노림수를 ‘환경단체 수재 책임론’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나태한 건교부가 물난리를 불러오고는 그 책임을 환경단체에 떠미는 모습은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물난리가 정책의 잘못 때문이라면 정책의 교정을, 관리의 잘못 때문이라면 그 책임을 합당하게 감당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 싶다. 아울러 근거 없는 시민단체에 대한 비난도 아쉬운 일이다. 물난리의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떳떳하게 책임을 지는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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