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5 클럽 대전.충청회원들이 차량을 갓길에 일렬로 세워놓은 모습과 부여 석성면 삼신보육원에서 봉사활동(사진 내부)을 하는 모습. |
“휴일 힘들게 동참하면 한달이 뿌듯”
지루한 열흘간의 장마가 물러간 이후 오랜만에 햇살이 비추던 일요일 오전 11시. 건양대학병원 약속장소에 SM5 클럽 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동호회 모임답게 차량마다 장신구와 액세서리가 화려하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요~~ 부끄럽습니다.” 아름다운 길에 동참하겠다는 필자의 취지를 들은 동호회 회원들은 겸손한 인사를 건넨다.
일렬로 정렬된 차들은 상향등과 비상등을 켜고 목적지인 부여의 삼신 보육원으로 떠나는 아름다운 드라이브길에 올랐다. 동일한 차종의 10여대 차량이 일렬로 ‘떼빙’에 오르자 다른 차량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구경거리’만난듯 신기해 한다.
동호회 회원들은 그들만의 규칙이 있다. 단체 드라이빙을 하는 만큼 다른 운전자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과속은 하지 않는다. 곡예운전이나 신호위반도 구경하기 힘든 풍경이다. 규정속도를 지키며 드라이빙의 쾌감을 만끽하는 그들의 외출이 흥미롭기만 하다.
1시간 남짓, 대전을 출발한 차량들이 부여 석성면의 삼신보육원(원장 최현숙)에 도착했다.
삼신 보육원에는 14개월된 막내부터 20세에 이르는 60여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육교사를 중심으로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등 비교적 훌륭한 시설과 여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정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봉사자들의 발길은 반갑기만 하다.
대부분 젊은 20~30대 남성 회원들인만큼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놀이터 풀베기와 건물거미줄 제거, 건물청소, 설거지 등 노동 강도가 높은일들이 대부분이다.
회원들은 능숙한 솜씨로 예초기를 메고 무릎 높이까지 자란 놀이터의 풀들을 베기 시작한다. “동호회 회원들만 기다렸다”는 보육원 원장님의 말대로 장마 내내 무지막지하게 자란 풀들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라고 말하기에는 음산함까지 느껴진다.
대전충남 지역장인 김대현(30)씨는 “지난번 봉사활동에서 예초기로 풀베기 작업을 하고 다음날 병이 난적이 있다”고 말한다. 몸살까지 나는 투혼을 불사르며 벌이는 그들의 봉사활동에는 뭔가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작업에 구경만 할 수 없어 필자도 동참하고 나섰지만 얼마 가지 않아 더운 날씨로 지친 기색을 보이고 만다.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을 생각하며 세심하게 풀베기 작업을 하는 회원들의 땀방울이 아름답기만 하다.
4시간 남짓 땡볕에서 이뤄진 환경미화 작업이 말끔히 마무리 됐지만 보육원 이곳 저곳을 세심하게 돌아보며 주변 정리에 나서는 회원들의 뒷모습이 훈훈하다.
회원 엄석우(29)씨는 “처음에는 직장인들에게 달콤한 휴일을 반납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에 부담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힘들게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나면 뿌듯함으로 한 달을 보낸다”고 말한다.
이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길은 매달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느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보다도 향기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드라이빙 코스에 진정한 향기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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