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양 메타세콰이어 길 |
굽이굽이 도로 따라 짙은녹음 자태 뽐내
푸른 바다 가슴에 품고 해안선 드라이브
한 때는 청바지에 배낭하나 달랑 메고 무작정 떠나는 게 유행이었죠.
걷다가 힘들면 쉬고, 어두워지면 야영장을 찾아 텐트를 치거나, 근처 여인숙 또는 여관에서 여장을 풀곤 했죠. 당시에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뜻맞는 친구들과 뭐가 그렇게도 재미있었는지 걷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불과 엊그제였는데 요즘은 통 그런 재미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애마(자가용)가 튼튼한 두 다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해야겠죠. 옛날만큼 호젓한 기분은 아닐지라도 가속페달과 함께 쭈~욱 미끄러지는 기분은 스트레스에 지친 심신을 일순간 말끔히 씻어줍니다.
예년에 비해 길어진 장마철. 국지성 집중호우가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황금빛 태양이 애타게 그리워집니다. 장맛비로 움츠려있던 몸이 쑤셔옵니다. 눅눅한 기분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면….
그렇습니다. 이럴 때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도 괜찮은 방법중 하나입니다. 연인과 친구, 가족끼리 멋진 드라이브 여행으로 더위도 물리치고 걱정도 한시름 놓아보자구요.
준비됐나요. 그럼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한적한 도로로 빠져 나가 보세요.
굽은 도로와 아카시아 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잣나무, 낙엽송들이 도로변에서 반갑게 맞이할 겁니다. 또 갖가지 야생화와 짙푸른 녹음이 자태를 뽐내고, 울창한 나무 숲이 터널을 만드는 길로 접어들면 아름답게 그려진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습니다.
비 걱정은 하지 마세요. 빗속을 즐기면 되잖아요. 비 오는 날, 구름이 산허리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빗물이 나뭇잎에 고였다 떨어지는 모습, 비가 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는 도심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움입니다.
여기에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나 임지훈의 ‘비 오는 날엔’, 조성모의 ‘잃어버린 우산’을 차안에서 듣는다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나 김범수의 ‘비가 와’, 임재범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도 비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노래들입니다.
하지만 과속이나 방심운전은 절대 금물인거 아시죠. 도로를 따라 가는 드라이브가 한 폭의 산수화라면, 해안선을 따라 바다를 가슴에 품고 즐기는 드라이브는 환상 그 자체입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며 달리는 해안 드라이브는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줍니다.
포구마다 드나드는 고깃배, 드넓게 펼쳐진 고운 모래밭은 여행을 중간에 멈추게 합니다. 백사장 한쪽 끝에 서면 저쪽 끝은 지평선 너머로 아스라히 사라져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썰물 때 물이 빠지면 바닷가는 금세 넓은 광야가 됩니다. 이렇게 한참을 달리며 바닷 바람을 맡게 되면 기분은 자연스럽게 업(UP)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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