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선택과 최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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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선택과 최악의 선택

<시 론>

  • 승인 2006-07-27 00:00
  • 양현수 충남대학교 총장양현수 충남대학교 총장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건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건설 예정지 내의 토지에 대한 보상도 매우 빠르게 이루어져 보상률이 지난 6월에 이미 80%를 넘어섰다.

행정도시는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행정수도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12부, 4처, 2청 등의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행정도시 건설 자체만으로도 수도권 집중 경향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는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행정도시 건설과 함께 일종의 패키지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다양한 균형발전 관련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수십년 간 지속되어온 지역 간 불균형발전도 크게 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정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정도시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행정도시의 성공적 건설에 필요한 조건은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수한 고등교육 기반을 구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대학은 유형 또는 무형의 다양한 기회와 서비스를 지역사회에 제공한다. 대학은 본연의 교육 및 연구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고급 일자리 제공, 연관 기업 서비스업의 발전, 숙박업 및 음식업의 발전 등의 경제적 기회를 지역사회에 제공하고, 지역사회를 젊음, 활기, 지성 등이 넘쳐흐르는 문화공동체로 만들어준다. 이 때문에 행정도시 기본계획에서도 우수한 대학의 유치가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최근에 와서 충청권 대학은 물론 수도권에 소재하는 적지 않은 대학들이 새로 조성되는 행정도시로 진출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의사 표명을 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비공개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에만 은밀하게 의사를 전달한 대학도 있다.

대체로 10여개의 대학들이 이미 행정도시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많은 대학들이 행정도시의 교육.연구기반 조성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일단 행정도시의 성공적 건설을 위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행정도시의 관점에서 보면, 대학 간의 진출 경쟁이 있어야 경쟁력 있는 대학의 유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행정도시 내에 대학을 설치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주장이 제시되고 있다. 그 하나는 행정도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우수 대학을 유치 또는 설립해야 한다는 우수대학유치론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도시 건설이 표방하고 있는 지역간 균형발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대학에게 진출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역대학역할론이다. 물론 두 가지 주장은 모두 그 자체로서 타당하다. 그런 점에서 어느 하나의 주장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가능하다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대학의 유치가 추진되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의 우수 대학이 혁신을 통해 경쟁력과 신뢰를 확보하여 행정도시로 진출하는 방안이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최악의 선택은 우수 대학의 유치라는 의미를 갖지도 못하면서 행정도시 건설의 취지와 이념도 살리지 못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과거에 이루어진 서울 소재 대학의 지방 분교 설립은 해당 대학의 외연 확장에만 기여했을 뿐, 새로 설립한 분교는 서울 소재 본교와의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 것은 물론 지역주민의 여망에도 부응하지 못한 사례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대학은 지금부터라도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최악의 선택을 막고 최선의 선택을 이끌어내기 위한 지역대학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대학들은 한편으로 서로 경쟁하면서도 적절한 역할 분담과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각 대학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최대한 살려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 나가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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