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언어 교육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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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언어 교육의 필요성

<목요세평>

  • 승인 2006-07-26 17:50
  • 정영기 대전대 교수정영기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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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기 대전대 교수
▲ 정영기 대전대 교수
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TV 프로그램 중에, 지금은 없어졌지만, ‘브레인 서바이버’라는 코너가 있었다. 이 코너는 출연자들이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이지만 재치와 순발력이 없으면 풀기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내가 풀어보니 다른 문제는 대부분 풀겠는데 떡먹는 용만이 찾는 문제는 번번이 실패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3명의 용만이 중에 한 명의 용만이가 떡을 먹는데 3명의 용만이를 이리저리 옮겨놓으니 어느 용만이가 떡을 먹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만이 아니라 처와 중학생인 딸도 풀지 못했다. 그런데 그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아들 성훈이는 그 문제를 잘 풀었다. 백발백중 아니면 십중팔구다. 성훈이는 3,4 살 때부터 만화영화와 실사영화를 무척 많이 봤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성훈이는 틈만 나면 지금도 케이블 TV의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많이 본다. 한 때 장래 희망이 영화감독이었을 정도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았다고 그 문제를 잘푸는 것도 아니고 집중력이 있냐 없냐의 차이 등 다른 원인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가 문자와 영상을 인식할 때 차이를 살펴보자. 문자는 기본적으로 선(line)으로 되어 있어서 대부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갈 수밖에 없으므로 강제성이 있다. 그러나 영상은 문자에서 지켜야 하는 강제성이 없어 임의적으로 선택하여 해독하는 것이 가능하다.

문자언어에서는 단어의 선택이나 단락을 뛰어넘는 것이 불가능하며 순서에 따라 정리된 정보를 축적해가면서 읽기가 진행된다. 영상언어는 30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인지과정이 진행된다.

문자언어의 기본요소인 글자들은 크기나 형태의 변화에 있어서 차이가 없으며 색체의 사용도 보통 검은색으로 단순하다. 그러나 영상의 경우엔 크기나 형태의 변화가 무궁무진하며 우리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색체의 종류는 백만여 가지에 이른다.

문자나 영상이나 모두 시각적이다. 문자의 경우에는 형태와 내용이 다르지만 영상의 경우에는 형태와 내용이 일치한다. 가령 돼지를 의미하는 각 나라의 문자는 너무 다양하다. 언어적 코드가 다르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돼지를 나타내는 영상언어는 다양하더라도 문자에 비해 의사소통이 비교적 쉽다. 우리가 서양책을 번역할 때 문자는 번역하지만 그림은 그대로 두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앞의 비교에서 알 수 있듯이, 문자언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영상이 자유로운 크기로 순식간에 변화할 때 그 진행과정을 따라잡지 못하고 의미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반면에 영상세대는 책읽기를 싫어하고 집중력과 독해력이 부족하다.

성훈이도 책보다 ‘그리스로마 신화’, ‘만화삼국지’, ‘먼나라 이웃나라’ 등 만화를 즐겨 읽는다. 물론 영상언어와 문자언어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영상세대와 문자언어에 익숙한 기성(?)세대를 대립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자연스럽게 문자언어를 배운다. 요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게임과 인터넷 등 영상문화를 훨씬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언어를 배운다거나 가르치는 영상언어 교육의 문제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다양한 영상문화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하루바삐 영상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가령 영상언어를 읽는 능력, 영상을 비판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능력, 영상문화에 대한 윤리적 태도 등 영상교육을 담당할 교사와 교재개발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사회에 몰카 영상들이 마구 떠도는 현실은 영상윤리교육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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