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꾼들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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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꾼들의 세월

<수요광장>

  • 승인 2006-07-26 00:00
  • 정상희 목요언론인클럽 이사정상희 목요언론인클럽 이사
큰 데모가 터질 때마다 데모대의 앞줄에 당당하게 서있는 엔지오 전사(戰士)의 면면을 보면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은 얼굴들이다. 정권이 바뀌면 그 얼굴도 바뀔 것으로 생각했으나 예측이 빗나갔다. 그들은 체제부정 질서 파괴의 음습한 피를 먹고 자라는 데모의 프로페셔널이다.

피카소나 루오가 그린 불후의 명화도 여러 번 보면 식상한다. 한물간 미인, 한물간 꽃도 바라보면 처량할 뿐 예쁘고 귀엽다는 느낌이 사라진다. 꽃보다 미인보다 아름답지 않은 늙은 전사들의 모습이 TV에 연속 나타나는 것을 보면 피곤하다. 인간에 대한 비애마저 느낀다. 평택 대추리에서 죽창을 들고 살벌하게 싸우는 전사들을 보면 우리가 김정일의 인민공화국에 있는가 놀란다.

데모꾼들은 마구잡이로 데모를 벌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치밀한 계획아래 연방통일 조국을 건설할때까지 길고 긴 투쟁을 다짐한다. 2001년 9월22일 충북괴산군 모 수련원에서 민족민주전선일꾼 전진대회가 열린다. 이들은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 광범위한 민족민주전선정당 건설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여 연방통일 조국을 건설하자”고 결의한다. 그들이 결의한 것을 군자산의 결의, 혹은 9월테제라고 부른다.

이후 대규모 데모가 잇따른다. 2001년 매향리범대위 2002년 효선미선 여중생범대위 2004년 탄핵무효범국민행동 2005년 APEC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 전용철(사망농민)범대위 2006평택범대위가 대형 데모를 만들어 사회를 혼란의 와중에 빠트린다. 이 데모에는 반정부 반미 소요가 약방에 감초처럼 끼어 든다.

눈흘겨 보기가 습관이 됐거나 미워할 사람이 많을수록 데모꾼이 되기 싶다. 어려운 경쟁을 뚫고 뽑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머리가 특별히 좋을 필요도 없고 힘들여 공부할 필요도 없다. 목소리 크고 허우대가 그럴 듯 하면 좋겠지. 몇 마디 구호를 외어 오른쪽 팔로 하늘을 내지르며 소리 지르면 된다. 데모 말리면 죽창놀음이나 하고 신경질 나면 경찰버스를 불태운다. 이렇게 좋은 직업을 남이 알까 무섭다.

아마추어 데모꾼도 있다. 그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의 으뜸가는 가치에 목숨을 걸고 데모를 결행한다. 그 한번의 데모로 목숨은 이슬같이 사라져도 나라가 바로 선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염원, 그것을 꽃피우기 위해 3?운동 4?9혁명이란 큰 데모가 일어났다. 오염되지 않은 젊은 피들의 함성이었다. 한미동맹을 깨기 위한 여중생 범대위의 촛불시위는 대추리의 데모와 격이 틀리지 않은가.

정권이 무능하고 부패하면 미래는 캄캄 절벽 아무것도 예측 못하고 현재의 진실은 아무것도 모른다. 무식해도 만만한 과거는 나름대로 주물러댈 수 있다. 과거 청산이란 낮도깨비를 내세워 진실을 학대하고 멀쩡한 역사를 오욕의 역사로 더럽힌다. 서해 해전에서 군인들이 전사해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해도, 대포동 등 미사일을 쏘아대도 여전히 대화로 풀자는 정권이다. 하늘아래 둘도 없는 정권이다.

해는 지고 소나기가 퍼붇기 시작하지, 옹기그릇 가득한 지게는 쓰러지려고 하지, 설사는 나오지, 옹쳐맨 허리끈은 끌러지지 않지… 이쯤 되면 옹기장사 마음이 얼마나 다급할까. 북한참사 권호응은 북조선선군정치가 남한을 살려주고 있다고 떵떵거리지, 노무현 정권은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깽판쳐도 된다고 말하지, 김원웅은 미사일이 남한 내 미군기지는 몰라도 남한 공격은 없다고 말한다. 낭패한 옹기장수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싱가포르의 전총리 리콴유는 필리핀의 마르코스대통령을 빗대어 “지도자들 잘못 만나면 한 임기에 정권이 망하고 두 임기에 나라가 망한다”라고 말했다. 설마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패러디한 것은 아닐 테지. 여하간 나라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빠졌다. 정부는 직업이 되다시피 한 데모꾼들에게 국민의 혈세인 정부예산에서 수억 여원을 지원해준다. 친북반미 데모꾼들만 살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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