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러한 인식은 시립예술단의 존재 이유와 역할의 다른 측면을 간과한 면이 없진 않다. 즉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에는 음악애호가층 외에 생산자인 음악계를 위해서도 존재한다는 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한 사회의 문화구조는 생산과 수용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발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산의 인프라가 없이 수용만 되어지는 사회의 문화는 정체성 없이 수입에 의해 소비만 되는 사회구조다.
따라서 시립예술단은 애호가층에게 공연의 제공 외에도 대전의 음악문화에 기여해야하는 과제도 가지고 있다. 특히 대전처럼 직업적 공연시장이 형성되지 못하고, 시립예술단이 유일한 직업 악단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여기서 시립예술단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수한 시립단원들이 지역음악계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역음악인에게 시립악단과 함께 하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 작곡가의 작품 위촉과 협연자 및 객원지휘 등의 무대말이다. 만약 시립예술단의 역할이 오직 애호가층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단지 월 몇회의 공연으로 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면 시립예술단을 해체시켜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지역 음악계의 발전에 기여를 못하다면, 그 예산으로 월 몇회 중앙의 저명한 악단이나 외국의 유수악단을 초청하여도 그 역할은 하기 때문이다. 초청악단은 단지 연주만를 하고 개런티를 챙겨 가버린다. 지역 음악계에 기여못하는 시립예술단이라면 이런 외부 예술단과 역할이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시립예술단의 운영은 예술감독에게 달려있는 것 같다. 시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운영방식을 취하여 과거와 달리 상임지휘자가 아닌 예술감독이라는 직함과 권한을 주었다. 두 개의 시립악단중 한 단체는 지역작곡가에 대한 작품 위촉과 지역 음악인을 솔리스트로 내세웠고 단원이 지역음악계에서 활동하게 하였으며, 시민이 공연에 참여하는 무대를 만들고 지휘자도 지역음악계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단체는 이와 정반대의 지역음악계와 단절되는 활동을 해왔다. 신인연주자의 등용문인 협연 무대도 비록 공모를 거쳤지만, 지역 출신의 연주자는 극소수였다. 외국까지 공모자격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웬 폐쇄적인 시각이냐 반문한다면, 지방화시대 지역음악문화의 인프라 구축과 정체성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고 싶다. 폐쇄가 아닌 지역음악문화의 육성을 고려하는 세계(중앙)와 지역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민선4기의 시작과 함께 공교롭게도 올해 말 시립예술단의 예술감독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이제 차기 예술감독에 대한 인선작업을 시작함에 있어 시는 그 기준을 어떤 예술감독이 수용의 대중성뿐만 아니라 대전음악문화의 생산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도 두어야 할 것이다.
한 사회의 음악문화가 자체적 생산 인프라 육성 체계를 갖추지 못한 구조를 가질 때 그 사회는 문화적 정체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