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일근 한전 전력연구원 배전설비그룹장 |
그로부터 50년 후인 1977년 나는 초음속 콩코드기를 타고 런던에서 뉴욕까지 세시간만에 도착했다. 그렇게 기술은 내가 사는 세계를 바꿔 놓은 것이다.’- 리콴유 ‘내가 걸어온 일류국가의 길’ 중에서.
말레이시아에 조그만 하게 붙어있던 후진국 싱가포르를 불과 30년 만에 ‘세계적인 도시, 싱가포르’로 일구어낸 전 싱가포르 총리 리콴유의 회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술력의 힘이란 실로 ‘일류국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1980~1990년대의 고도성장의 기저에는 1960~1970년대의 과학 기술인에 대한 우대와 청소년들의 이공계 선망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현주소를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권위있는 ‘Science’지는 한국이 현재 겪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2010년 이후에 국가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IMF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의 상황에서 국책연구소 및 민간연구소의 기술직 연구원들의 위치가 상당히 불안했던 점이 장래 수익이 보장되는 의대, 치대 및 한의학과를 선택하는데 큰 원인 제공을 하였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공계 졸업생들은 마이크로한 전문가보다 매크로한 전문가가 졸업과 동시에 정부나 기업체에서 먼저 승진되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다.
이공계 전문가들의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 급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가 불과 10여년 사이에 이런 현상을 낳을 수 있었던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다른 선진국들도 일류국가의 대열에 들어서면 우리나라와 같이 더 이상 기술력의 힘을 존중하지 않는 것일까?
몇몇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하나같이 과학기술 인력을 최우선 국가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과학기술 분야에 엄청난 투자와 외국인 과학자 유치로 과학기술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참여정부의 출범 이후 이공계 기피 현상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또 시행하려 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세계는 지금 바야흐로 한창 이공계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많은 테크노CEO 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빌게이츠, 잭웰치, 스티브 잡스, 헬무트 판케 등이 그렇고 가까운 이웃나라 중국의 경우만 해도 국가 지도자 대부분이 엔지니어 출신이며, 정책적으로 이공계 인력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젊은 이들의 이공계 진학률이 무려 60%를 넘는다. 이는 30%도 못미치는 우리나라 실정과 비교해 볼 때 기술수준의 위기의식을 초래할 수 있는 수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전문가들에 대한 파격적인 특별 우대가 요구된다.
가령, 이공계 인력의 병역특혜, 장학제도, 해외유학제도 등으로 우수인력의 이공계 진학을 적극 유도하고, 졸업 후에는 전문가로서의 대우를 사회적으로 해 주어야 신명나게 창의력을 발휘하여 국가 경쟁력 제고에 혼신의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사에서도 뛰어난 과학기술 발명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대에 되물림 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기술력을 갖춘, 뛰어난 전문가가 되어야만 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하고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노력하는 열정적인 태도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할 때 세계 선진국들, 소위말해 일류국가들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선진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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