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리스크,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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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리스크, 인간

<경제칼럼>

  • 승인 2006-07-24 00:00
  • 유경달 한국수출보험공사 대전.충남지사장유경달 한국수출보험공사 대전.충남지사장
어느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한 친구가 카네기에게 자기 삶에는 문제가 많다고 투덜거리자 카네기가 말했다. “내가 문제가 없는 곳을 알고 있네.” 그리고 그를 공동묘지로 데리고 갔다.

“바로 여길세.” 친구는 자기를 놀리는 것으로 알고 화를 냈다. 카네기는 말했다. “문제가 없는 삶은 없네. 문제는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받아들이는 자네의 태도야.”

리스크에 대한 걱정만 하고 그 대책에 대해서는 별 인식이 없는 중소기업 CEO들을 현장에서 가끔 만난다. 중소수출기업 역시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지만 리스크 자체 보다 이에 대한 태도가 더욱 상황을 어렵게 한다.

수출상담부터 대금회수까지 수출과정의 각 단계마다 기업을 위협하는 리스크는 존재한다. 바이어의 지급거절 등의 신용위험, 수입국의 환거래 제한 등의 비상위험으로 인한 수출대금 미회수 리스크, 환율변동으로 인한 환리스크, 수출상품을 제조하기 위한 원자재 및 생산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리스크 등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리스크란 불확실성으로 인한 손실의 가능성으로 정의될 수 있다. 따라서 리스크하면 보통은 부정적 의미로 회피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리스크 없는 곳에 수익도 없다”(No Risk, No Return)라는 말처럼 모든 경제행위에는 리스크가 수반된다.

문제는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를 수용하여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태도와 전략 그리고 이에 따른 의사결정 체제가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리스크를 회피하여 작은 이익에 만족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보다는 리스크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각 리스크에 적합한 관리방안을 찾아 이를 수용, 헤지하여 보다 더 큰 이익을 창출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관리수단이 있음에도 리스크 수용능력을 초과하여 스스로 부담하거나 아니면 안전한 사전송금방식 내지 신용장방식만을 고집함으로써 리스크 자체를 회피하는 기업을 어렵지 않게 본다. 이런 기업의 경우 리스크 무게를 견디지 못해 기업 자체의 생존문제가 발생하거나 리스크 자체를 회피하여 보다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기업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는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대전충남 수출실적은 192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5.3% 증가해 전국평균 13.9%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충남지역 수출기업중 미화 30만달러 이상 수출실적이 있는 기업은 약 468개로 추산된다.

이들 기업중 39.1%에 해당하는 183개 기업은 수출보험을 활용한 리스크관리를 통하여 적극적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리스크 인식부족 또는 리스크관리 마인드 부족으로 아직도 많은 수출기업들이 리스크관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대전충남 지역 수출이 357억달러임을 감안할때 환리스크로 인한 환차손규모는 약 4조3000억원으로 추정되나 환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인 환변동보험의 경우 17.5%인 82개 기업만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우리 지역 중소기업들의 환리스크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엿 볼 수 있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며 분석심리학자로 저명한 칼 구스타프 융은 1959년 BBC 방송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우리는 인간의 본성을 좀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일한 리스크는 인간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모든 재앙의 근원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인간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 덩어리임을 잊지 않는 것이 리스크에 대한 대전제인 듯 싶다.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기업만이 그리고 유일한 리스크인 자기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CEO만이 생존할 수 있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인에게는 또 하나의 절대명제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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