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세계는 “안 되는 게 뭐 있니. 다 되지”다. 장난감, 곤충 벅스, 벽장 몬스터, 물고기 니모 그리고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인크레더블 슈퍼 히어로 가족에 이어 픽사가 선택한 주인공은 자동차. 당연히 자동차들은 말하고 웃고 경쟁하고 증오하고 사랑한다.
사람 사는 세상을 함축해 들려준다. 카 레이싱은 ‘빨리 빨리’와 치열한 경쟁의 세계다. 경주용 자동차는 그런 세계에 어울리는 ‘능력맨’이다. 주인공 매퀸은 최신형 레이싱 카. A급 실력에 꽃미남인 그는 불치의 왕자병에 걸려 있어 타인의 소중함을 모른다.
‘카’는 메이저급 대회에 출전하러 가던 매퀸이 길을 잃고 시골 마을에 갇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심한 루저라며 시골 자동차들을 무시하던 매퀸은 점차 마음을 열고 마을 재판관 딕, 늘씬한 포르셰 샐리, 견인차 메이터, 군용 지프 중사와 친구가 된다.
평생 페라리 한 번 보는 게 꿈인 정비자동차와 유기농 기름을 파는 히피족 승합차, 도시의 부와 명예를 포기하고 시골로 내려 온 늘씬한 포르세 등 차종별로 딱 어울리게 뽑아낸 캐릭터들은 꽤 그럴 듯 하다.
페라리 포르셰
하지만 트랙터 농부, 승용차 판사, 스포츠카 변호사, 견인차 친구 등은 저마다 사연을 지녔거나 뛰어난 장기를 갖고 있다. 설령 별볼일 없어 보일지라도 모든 인간은 존엄성을 지녔다는 함의를 잊지 않는다.
느릿느릿 살아가는 시골자동차들에게서 매퀸은 ‘삶이란 속도경쟁이 아니라 드라이브 자체를 즐기는 것’, ‘삶이란 경주에서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가르침을 얻는다.
메시지는 귓전으로 흘리더라도 살아 움직이는 자동차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영화가 끝났다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시길. 픽사 애니를 패러디한 웃음이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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