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습은 나도 잘 몰라요. 본 적이 없어서…
기형 다리에 연꽃모양 입술… 흉측하다구요?
첫 개런티 40억원… 이래봬도 비싼 몸이라구요.
‘괴물’ 열기
관련 주식도 인기 폭발이다. 잇단 악재로 약장세임에도 메인 투자사의 주식은 연일 상종가다.
이쯤 되면 열기를 넘어 신드롬에 가깝다.
칸 영화제와 국내 시사회의 기립박수 소식이 기대감을 높였을 거란 짐작은 간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반응이 너무 뜨겁다.
‘한강에 출현한 괴물과 싸우는 한 가족의 분투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당사자인 ‘괴물’의 주인공 괴물은 이런 과열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당연한 거 아닌가. 괴물이라는 데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인지 호기심을 갖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요? 내 얼굴을 ‘극비’로 꽁꽁 감춘 영화사의 신비주의 전략이 먹혀든 거겠고. 좀 과하다 싶긴 한데 나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기분은 좋네요. 봉준호 감독이 그러던데. 내 모습이 동영상은 괜찮은데 스냅 사진으로 보면 영 아니래나, 뭐 초라하대나.
사실 내 모습 나도 몰라요. 본 적이 없어요. 한강 물에 비쳐봤는데 물이 흐려서 뵈지가 않더라구요. 대충 티라노 사우루스를 떠올리심 돼요. 꼬리 긴 티라노. 앞다리 하나가 몸 한 가운데에 있고, 되려다 만 다리가 뒤쪽에 뭉툭하게 남았죠.
기형이에요. 크냐구요? 크진 않고, 송강호씨와 맞서서 어울릴 정도. 얼굴요? 글쎄요. 메기를 닮았다고도 하고 올챙이 같다고도 하고,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한쪽 눈요? 모터보트가 신기했어요.
그걸 보려고 고개를 내밀었다가…, 잃었죠. 잘 생긴 데요? 입이요. 벌리면 딱 연꽃 모양이거든요. 왜들 섬뜩하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좀 크긴 하죠. 사람을 삼키고 뱉는 연기를 해야 했으니까요.
흉측하다구요? 외모 따지는 인간들이라니, 쯧쯧. 이래 봬도 최고의 신인 배우라는 거 아닙니까. 괴물 스케치만 1500장이에요. 1500대 1이란 치열한 오디션을 뚫었다 이겁니다. 다리 밑에 매달려 기계체조 하듯 재주를 넘는 유연한 연기도 그냥 나온 거 아녜요.
미국 오퍼니지사까지 가서 특별 수업을 받았어요. 외국 물 먹은 연기라는 겁니다. 목소리 연기가 지적 대상이긴 했죠. 그것도 오달수씨가 도와주니 섬세한 감정표현까지 되데요 뭐. 긴말 빼고, 첫 개런티로 40억원 받은 배우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출생비밀요? 올 게 왔군요. 아마 많은 분들이 내게 관심을 갖는 거, 그 것 때문일 거예요. 난 부모를 몰라요. 붕언지 잉언지 메긴지 피라민지, 내 본디 정체가 뭔지 몰라요. 미군 용산기지에서 버린 포름알데히드에 중독돼 지금 이 모습이 됐죠. 어떤 사람들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니 뭐니 하지만 그런 건 아니고…. 치명적인 병이 있긴 해요… ‘외로움 병’. 친구도 없고 이름도 없죠.
한국의 상황이 아니면 태어나지도 않았을 지극히 한국적인 존재. 그걸 공감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내게 쏠리는 관심일 거라고 생각해요.
나야 괴상하게 생겨 먹었으니 괴물이라고 쳐요. 영화에도 다뤄지지만, 독극물을 마구 버리는 미군의 횡포, 미국 얘기엔 ‘예예’거리면서 시민의 말은 미쳤다고 몰아붙이는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 사람들의 이기심과 무관심, 이건 뭘까요. 뭐가 더 괴물답나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