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벌극기체험이 보령시 남곡동 해안도로변에서 열려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해병대 훈련 '취침' 자세를 취하고 있다. |
나를 이기면 공동체정신 알아 … 나약한 학생들에 제격
보령머드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는 해병대 갯벌극기체험 현장, 드넓은 갯벌에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300여명의 인파들, 자세히 보니 모두 외국인들이다. 눈빛을 보니 분명 백인과 흑인, 황색인종들인데 구분할 수 없다. 모두 새까맣기 때문이다.
팔다리는 물론 얼굴까지 모두 갯벌진흙으로 도배했다. 그나마 하얀 곳은 즐거움과 고통을 표현할 때 드러나는 치아뿐이다.
유격훈련이 시작됐다. 훈련에 앞서 PT체조로 몸을 푼다. 쉬운 동작부터 시작한다는 PT체조의 특성을 모른채 모두 처음에는 잘 따라하다가 강도가 세질수록 긴장감이 감돈다. 처음 일사불란했던 집단움직임이 서서히 따로놀기 시작한다. 나이트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막춤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곧바로 교관의 목청이 높아지고 외국인들을 갯벌에 눕힌다. 조심스레 옷을 버리지 않으려고 했던터라 모두 꺼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교관의 표정이 달라지자 모두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서히 갯벌을 침대삼아 눕는다. 힘들었던 터라 쉬게 하는 줄 알았던지 잠시 온갖 언어로 동료와 잡담을 주고 받는다.
교관들이 그냥 놔둘리가 없다. 교관의 고함소리에 모두 시선이 집중된다. ‘Stand―up’‘Sit―down’‘Left’, ‘Light’, 교관의 구령이 쉬지 않는다. 무슨 소린지 몰라 처음에는 두리번하던 외국인들도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일어났다, 앉았다.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정신이 없다. 아끼던 옷은 금세 진흙범벅이 된다.
한 번 일그러진 표정이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훈련 시작과 함께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표정에는 실망감이 자리잡았다. 진흙이 말라 붙어서인지, 힘들어서인지 도대체 얼굴에서 웃음을 찾을 수가 없다. 힘을 줘 탱탱했던 똥배가 한 번 ‘축’ 늘어지더니 좀처럼 원상복구가 안될 지경이다.
외국인들의 몸놀림이 둔해지자 일명 선착순이 시작됐다. 50m 앞에 꽂아놓은 깃발을 돌아와야 한다. ‘Start!’, 교관의 구령과 함께 뛰기 시작한다. 얼마나 느리게 달리는지 대열이 줄을 세워놓은 듯하다. 한 번, 두 번…, 모두들 갯벌에 털썩 주저 앉아 일어날 기미가 없다. 버티기인가 보다. 차라리 ‘팔굽혀펴기’가 오히려 편하다는 듯 엎드려 자세를 취한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훈련 종료와 함께 갯벌에서 빠져나온다. 시작할 때와 달리 얼굴에서 ‘생기’를 찾을 수 없다. 미국인 유학생인 로렌(28)씨는 “그나마 한 시간이라서 다행이지 몇 일 했다간 일어나지도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개인중심인 미국에서는 좀처럼 쉽게 경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유익했다”고 말했다.
강도높은 훈련으로 유명한 해병대, 외국인들까지 참여하는 걸 보니 해병대식 극기훈련이 각광을 받고 있는게 분명하다. 체력훈련은 물론 인내와 자신감을 통한 정신력과 조직력, 리더십 등을 고루 배양할 수 있는 교육으로 학생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는 이미 필수과정이 된 상태다.
학생들에게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키워줄 수 있고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을 배양한다는 점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나약한 학생들에게는 제격이다. 최근에는 해병대식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방학, 학교 책상도 모자라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서 교과공부로 압박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인내와 자신감은 물론 삶의 주인으로서 앞으로 닥칠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을 길러주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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