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원효가 간밤에 마신 달콤했던 물은 해골 안에 고여 썩어 있던 빗물이었다는 것을 알고 원효는 갑자기 뱃속이 메스꺼워져 토하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원효는 밤과 아침의 물이 다른 것도 아닌데 사람의 마음이 바뀌어 생긴 상황임을 문득 깨달으며 삼계유심(三界唯心) 즉, 삼계 ‘천계(天界), 지계(地界), 인계(人界)의 세계(世界)’가 오직 마음에 달려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스님이 되기 위하여 출가를 할 때는 중생을 구제하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고 자신의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세속의 번뇌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정치를 하기로, 정치인의 역할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을 갖고 나라와 백성들을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기 위하여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명예나 권력을 위하여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역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등을 떠밀어서 얼떨결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무 생각도 없이 자리가 탐이 나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경력이나 학력으로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만에 빠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치(政治)의 사전적인 의미는 국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기 위하여 벌이는 여러 가지 활동이나 통치자나 위정자가 국민을 위하여 시행하는 여러 가지의 일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 중에 정치라는 말의 뜻에 맞게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은 국민과 나라를 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 역할과 책임을 다 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한다고 사람들의 생활이나 삶의 질이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 과학기술을 어떤 마음으로 쓰여지느냐에 따라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며 심지어는 사람들의 목숨을 노리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 박사가 핵을 발견한 것은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무기로 쓰면 흉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똑같은 핵이라도 어떻게 쓰여지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황우석박사의 연구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도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쓰여 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도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쓰여지면 삶과 생활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그렇지 않고 나쁜 마음으로 쓰려고 한다면 사람들에게 재앙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 칼이라는 것도 그렇다. 칼을 좋은 마음으로 쓰면 삶에 도움을 주는 도구지만 나쁜 마음으로 쓰면 무기나 흉기가 된다. 원효대사가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면서 깨달은 그 마음이 수많은 세월이 흐른 요즘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처럼 생각이나 행동 하나 하나가 국민들의 삶과 생활에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더 절실한 것이 아닐까 한다.
정치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뽑아준 국민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하느냐 그렇지 않고 다른 마음을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삶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정치는 조직이나 돈, 경력, 학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들을 위하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은 말이나 제도가 아니라 정치인들이 마음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안하무민(眼下無民)이 아닌 안중유민(眼中有民)으로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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