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요즘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한미 FTA 협상의 내용은 무엇이고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등의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명확히 알기도 어렵고 정치권과 각 매체의 논평도 천차만별인 점을 감안하면 오늘을 사는 부모들의 또 다른 고충이 아닐까 싶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가운데, 왕 앞에서 치르는 최종시험을 책문(策問)이라고 한다. 책문은 형식상 요즘의 논술시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시험문제는 왕이나 왕을 대리한 관리의 명령으로 출제되고 문제는 “만약 그대가 재상이라면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겠는가” 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주제는 무엇보다도 당대 임금이 가장 고민했던 정치현안이었다.
명종은 6부의 관리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에 대해 , 전쟁에 시달려온 선조는 정벌이냐 화친이냐를 물었으며, 조선의 역대 왕 가운데 가장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광해군은 몇 가지 정치현안을 열거하며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이 무엇인가’라며 국가경영 책략을 절박하게 물었다.
그러면 응시자들은 깍듯하게 예의는 갖추지만, 정말 목숨을 걸고 유가 경전뿐만 아니라 역사서와 시문을 인용해 진지하고 진솔하게, 때로는 직설적으로 현실 정치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정책과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 2006년 7월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는 무엇일까? 보통사람들이 실제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이런 거창하거나 빛나는 역사와는 거의 무관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저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은 역사와는 무관하다는 말인가?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 중에는 중세의 기사가 수십 킬로그램이나 되는 갑옷을 입고 하루 종일 말을 타며 갑옷 속에 배설해 놓은 땀과 소변, 대변을 깨끗이 닦아 놓는 담당자들도 있었다. 이들이야말로 기록되지 못한 문명의 창조자들이자 역사의 주체였듯이 우리 모두가 내일의 책임 주체임에는 틀림없지만 다만 기억되는 몫이 다를 뿐 아니겠는가.
7월 들어 우리사회는 많은 분야에서 다른 시도가 시작되었다. 정치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 채비에 나섰고,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대전에서는 교육감 선거도 다시 실시되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향후 3년간 방송과 관련된 기존정책은 물론 뉴미디어와 관련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현안들을 다루게 될 제3기 방송위원회가 공식 발족됐다.
더구나 이들은 새로운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을 주도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해보다가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아마추어 평론가 자격이 아닌 것이다. 사회가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혜안을 갖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년이면 사회에 첫발을 딛게 될 수험생들은 오늘 당신들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것들을 토대로 세상과 삶을 이해하는 통찰력과 분석능력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시대의 물음을 무엇이며 이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써내려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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