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수요광장>

  • 승인 2006-07-19 00:00
  • 신원식 대전MBC 정책기획팀장신원식 대전MBC 정책기획팀장
2007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됐다. 평소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세상 사는 일에 다소 둔감할 수밖에 없었던 수험생들도 논술시험을 앞두고는 시사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주일 이상 언론매체를 통해 이슈가 됐던 기사들은 일단 논술 주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입시관계자들의 설명이기도 하다.

때문에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요즘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한미 FTA 협상의 내용은 무엇이고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등의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명확히 알기도 어렵고 정치권과 각 매체의 논평도 천차만별인 점을 감안하면 오늘을 사는 부모들의 또 다른 고충이 아닐까 싶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가운데, 왕 앞에서 치르는 최종시험을 책문(策問)이라고 한다. 책문은 형식상 요즘의 논술시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시험문제는 왕이나 왕을 대리한 관리의 명령으로 출제되고 문제는 “만약 그대가 재상이라면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겠는가” 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주제는 무엇보다도 당대 임금이 가장 고민했던 정치현안이었다.

명종은 6부의 관리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에 대해 , 전쟁에 시달려온 선조는 정벌이냐 화친이냐를 물었으며, 조선의 역대 왕 가운데 가장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광해군은 몇 가지 정치현안을 열거하며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이 무엇인가’라며 국가경영 책략을 절박하게 물었다.

그러면 응시자들은 깍듯하게 예의는 갖추지만, 정말 목숨을 걸고 유가 경전뿐만 아니라 역사서와 시문을 인용해 진지하고 진솔하게, 때로는 직설적으로 현실 정치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정책과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 2006년 7월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는 무엇일까? 보통사람들이 실제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이런 거창하거나 빛나는 역사와는 거의 무관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저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은 역사와는 무관하다는 말인가?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 중에는 중세의 기사가 수십 킬로그램이나 되는 갑옷을 입고 하루 종일 말을 타며 갑옷 속에 배설해 놓은 땀과 소변, 대변을 깨끗이 닦아 놓는 담당자들도 있었다. 이들이야말로 기록되지 못한 문명의 창조자들이자 역사의 주체였듯이 우리 모두가 내일의 책임 주체임에는 틀림없지만 다만 기억되는 몫이 다를 뿐 아니겠는가.

7월 들어 우리사회는 많은 분야에서 다른 시도가 시작되었다. 정치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 채비에 나섰고,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대전에서는 교육감 선거도 다시 실시되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향후 3년간 방송과 관련된 기존정책은 물론 뉴미디어와 관련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현안들을 다루게 될 제3기 방송위원회가 공식 발족됐다.

더구나 이들은 새로운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을 주도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해보다가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아마추어 평론가 자격이 아닌 것이다. 사회가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혜안을 갖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년이면 사회에 첫발을 딛게 될 수험생들은 오늘 당신들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것들을 토대로 세상과 삶을 이해하는 통찰력과 분석능력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시대의 물음을 무엇이며 이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써내려 갈 것인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