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재 대전성천초 교사 |
누구나 한번을 퇴직은 한다. 퇴직이란 것은 역시 평상심을 흔들어 놓는다. 더구나 평생 외길을 걸어온 사람에게 직장에서 그만둔다는 것은 분명 ‘작은 일’이 아니다.
정년퇴직으로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은 1년 전부터 해왔고, 또 미리 퇴직을 맞이하는 준비를 해야지 하고 맘을 먹었었다. 그런데도 1년이란 세월은 눈깜짝할사이에 흘러갔다. 아직도 나에게 퇴직이란 말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주변에서 인사말로 “여행도 다니시고 다 못한 취미생활도 하세요” “섭섭하시기도 하겠지만 시원도 하시겠네요” “참 대단하고 훌륭하십니다” 등등의 인사를 나에게 건다. 그래도 막상 퇴직을 앞둔 나에게는 오직 허전함과 아쉬움뿐이다.
다 못한 무엇을 남긴 채 아직도 할 일이 많은 것 같은데 그래도 떠나야 한다는 기정사실에 왜 이렇게 미련이 남을까? 40년 전 부푼 꿈을 안고 교단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와 오늘날의 교육의 발전과 변화는 비교의 대상이 될까마는 그 세월을 잘 돌이켜 보면 잘한 일보다는 후회스러운 일들만 생각난다.
되돌아보면 학교 생활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55년을 보냈는데… 교사라는 사명감이랄까 책임감이랄까. 아파도 힘들어도 내 반 내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봐 연가 병가 한번 마음놓고 내지 못한 세월이다.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같이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아픔도 근심도 다 잊은 채 내일의 밝은 미래를 향해 살아왔기에 더 따뜻하게 여겨졌던 보금자리가 아니었던가 싶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아니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무엇인가는 해야지 해봐도 딱히 이것이구나 하는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우리집엔 남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4년 전 우리 가족이 명예스러운 ‘교육가족 대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집에 살면서, 한 주소지에 5명이 함께 살면서 받는다는 것은 교육가족 대상이 생긴 이래 아마도 전국에서 처음일 것이 정말로 얼마나 자랑스럽고 흐뭇했는지 모른다.
남편, 나, 며느리, 큰딸, 작은딸이 같은 대전 그것도 바로 이웃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집에서도 이어지고 서로 조언하면서 살아가기에 다른 선생님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고 칭찬도 받을 땐 보람을 많이 느꼈다.
이젠 남편의 퇴직에 이어 내가 떠나니 자식들 모두 매우 섭섭해하고 있다. “장모님 1주일 밖에 남지 않은 학교생활 행복하게 보내세요” 라는 사위의 인사말을 들을 때에 코끝이 찡해오는 것을 느끼며, 이제 정말 교단 생활은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가슴에와 닿는다.
아이들을 보내고 텅빈 교실에서 하나하나 사무정리를 하면서 후배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게 물려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교실정리까지 하노라니 구석구석 나의 흔적이 눈에 익는다.
다음 선생님께 필요하시겠다는 물건을 남기며 또한 우리반 아이들이 더욱 더 건강하고 올바르게 잘 자라기를 기원한다. 또 열악한 환경에서 수고하시는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건강을 빌고 행복을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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