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떠난다는 것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학교를 떠난다는 것

<독자기고>

  • 승인 2006-07-18 00:00
  • 이순재 대전성천초 교사이순재 대전성천초 교사
▲ 이순재 대전성천초 교사
▲ 이순재 대전성천초 교사
후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날씨가 장마철이라 그런지 짜증이 나고 신경이 날카로워 진다. 아니 아마도 ‘퇴직(退職)’이라는 단어가 겹쳐서 그런 것이라는 게 더 정답일 것 같다.

누구나 한번을 퇴직은 한다. 퇴직이란 것은 역시 평상심을 흔들어 놓는다. 더구나 평생 외길을 걸어온 사람에게 직장에서 그만둔다는 것은 분명 ‘작은 일’이 아니다.

정년퇴직으로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은 1년 전부터 해왔고, 또 미리 퇴직을 맞이하는 준비를 해야지 하고 맘을 먹었었다. 그런데도 1년이란 세월은 눈깜짝할사이에 흘러갔다. 아직도 나에게 퇴직이란 말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주변에서 인사말로 “여행도 다니시고 다 못한 취미생활도 하세요” “섭섭하시기도 하겠지만 시원도 하시겠네요” “참 대단하고 훌륭하십니다” 등등의 인사를 나에게 건다. 그래도 막상 퇴직을 앞둔 나에게는 오직 허전함과 아쉬움뿐이다.

다 못한 무엇을 남긴 채 아직도 할 일이 많은 것 같은데 그래도 떠나야 한다는 기정사실에 왜 이렇게 미련이 남을까? 40년 전 부푼 꿈을 안고 교단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와 오늘날의 교육의 발전과 변화는 비교의 대상이 될까마는 그 세월을 잘 돌이켜 보면 잘한 일보다는 후회스러운 일들만 생각난다.

되돌아보면 학교 생활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55년을 보냈는데… 교사라는 사명감이랄까 책임감이랄까. 아파도 힘들어도 내 반 내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봐 연가 병가 한번 마음놓고 내지 못한 세월이다.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같이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아픔도 근심도 다 잊은 채 내일의 밝은 미래를 향해 살아왔기에 더 따뜻하게 여겨졌던 보금자리가 아니었던가 싶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아니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무엇인가는 해야지 해봐도 딱히 이것이구나 하는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우리집엔 남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4년 전 우리 가족이 명예스러운 ‘교육가족 대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집에 살면서, 한 주소지에 5명이 함께 살면서 받는다는 것은 교육가족 대상이 생긴 이래 아마도 전국에서 처음일 것이 정말로 얼마나 자랑스럽고 흐뭇했는지 모른다.

남편, 나, 며느리, 큰딸, 작은딸이 같은 대전 그것도 바로 이웃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집에서도 이어지고 서로 조언하면서 살아가기에 다른 선생님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고 칭찬도 받을 땐 보람을 많이 느꼈다.

이젠 남편의 퇴직에 이어 내가 떠나니 자식들 모두 매우 섭섭해하고 있다. “장모님 1주일 밖에 남지 않은 학교생활 행복하게 보내세요” 라는 사위의 인사말을 들을 때에 코끝이 찡해오는 것을 느끼며, 이제 정말 교단 생활은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가슴에와 닿는다.

아이들을 보내고 텅빈 교실에서 하나하나 사무정리를 하면서 후배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게 물려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교실정리까지 하노라니 구석구석 나의 흔적이 눈에 익는다.

다음 선생님께 필요하시겠다는 물건을 남기며 또한 우리반 아이들이 더욱 더 건강하고 올바르게 잘 자라기를 기원한다. 또 열악한 환경에서 수고하시는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건강을 빌고 행복을 두 손 모아 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