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혁신에 2% 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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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혁신에 2% 더하기

<시사에세이>

  • 승인 2006-07-18 00:00
  • 박범계 변호사박범계 변호사
허준
▲ 박범계 변호사
▲ 박범계 변호사
영 전 경찰청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하여 내뱉은 말과 행동은 보기에도 아슬아슬했다. 과거 검찰과 경찰의 힘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낭떠러지를 등지고 하는 밀치기 게임으로 보여질만 했으리라. 검찰에 대들었다(?) 혼난 경찰 고위직이 어디 한둘이란 말인가? 허 청장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경찰청장 직을 사임하던 날 그의 눈물은 모든 경찰의 눈물로 보여졌다.

이렇듯, 경찰 조직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기울이는 의지와 열망은 가히 눈물겹다. 그런데, 이러한 그들의 의욕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텐데, 새삼 참여정부들어 경찰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에서도 벌어진 일(피의자 면담 신청 거부 사건)이지만, 다소 무모해보일 정도로 검찰의 권한과 권위에 도전하는 몇건의 상징적인 사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경찰은 무려 15만명의 구성원을 가진 거대조직이다. 행정부로 치면 내, 외청을 막론하고 가장 큰 조직 중의 하나다. 그러기에 구성원들의 자질과 능력은 다양하기 그지없고, 청렴성에 있어서도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과거 강직하고 능력있는 경찰의 수뇌부들이 경찰의 혁신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작업을 하긴 하였으나 번번이 벽에 부닥친 문제가 자질과 부패의 문제였다. 워낙 많은 구성원들을 거느리는 조직이라 상대적으로 통제의 눈길을 피하는 사각지대가 있었을 터이다.

경찰이 변하고 있다. 경찰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확실히 변화를 직감한다. 그 변화의 내용은 다름 아닌 ‘자신감’이다. 능력과 자질 그리고 청렴성에 있어 갖는 그들의 자신감은 검찰로 하여금 수사권조정에 있어 녹록지 않은 협상 테이블을 맞이하게 한다. 경찰의 자신감은 얼마전 모 주간지에 실린 경찰 고위 간부의 말로 축약할 수 있다 .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하여 모든 면에서 검찰의 논리를 압도했다’ 참여 정부 초기 치안정감들을 상대로 ‘경찰 혁신’에 대하여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판사 출신의 젊은 필자의 강의에 경륜의 치안정감들이 보여준 진지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두가지의 사례를 들어 경찰의 혁신을 촉구했다.

사례 1. 언젠가 동생 부부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전라북도 해변가를 가던 중 불심검문을 받았다. 운전자인 동생은 물론이고 옆자리에 타고 있는 필자의 운전면허증까지 제시하라고 한다.

무슨 큰 비상이 났는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동생이 어린 아이들까지 있는데 동승자의 운전면허증까지 제시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따졌다. 소란이 나자 무슨 일인가 나온 경장의 태도 역시 고압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라면 낼 일이지?)

사례 2. 필자가 판사로 근무하던 어느 날 필자의 차가 갓길 운전을 했다고 사진과 함께 범칙금 통보서가 날아왔다.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보니 아내가 어린 둘째 녀석 우유를 타주려고 갓길에 정차한 적이 있었다. 파파라치의 작품으로 여겨져 이의를 하려고 관할 경찰서에 갔더니 이의신청서 양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뭐 그런 일로 이의를 하려고 하느냐고 핀잔을 받았다. (웬 말이 많냐?)

경찰의 기능은 참으로 다양하다. 격렬한 불법 시위를 막는 일은 물론이고 길 잃은 노약자를 보호하고 집을 찾아주는 일도 경찰의 몫이다. 시민들은 불법시위의 장면에서는 공권력을 떠올리지만, 노약자를 보호하는 일에서는 서비스를 느낀다.

지팡이는 노인들이나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없어서는 안될 기구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로 부르는 이유는 ‘보호와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 욕구때문이다.

그런데도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공권력이 불법 시위대보다도 보호받지 못한 현실을 개탄했다. 필자가 경찰청장이었다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경찰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하는데 그것을 몰라줘서 서럽다’고. 경찰 혁신의 나머지 2%는 공권력의 상징으로 자부할 일이 아니라 시민의 벗으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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