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사회부장 |
‘임기가 아직 남아있지만 새 판을 짤 때는 자리를 비켜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행정을 해온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일종의 룰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공무원으로 자신이 40여 년간 익혔던 ‘룰’을 몸소 실천하며 공직을 떠났다.
그의 퇴임 덕분(?)에 이완구 지사는 후임 행정부지사 및 정무부지사를 곧바로 임명, 자신이 끌고 갈 도정의 비전인 ‘한국의 중심, 강한 충남’을 실천할 수 있는 기초적인 판을 갖춘 셈이다.
결국 유덕준 전 행정부지사의 퇴임은 개인적으로는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룰을 실천했다’고 겸손해 할 수 있으나 이완구 지사에게는 향후 4년의 행보를 위한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는 힘을 실어준 셈이다.
요즈음 도청 안팎에서는 유덕준 전 행정부지사의 퇴임을 곱씹으며 신임 지사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새로운 판, 즉 인사문제가 화젯 거리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도청 공무원들 입에 오르내리는 인사 가운데는 신임 지사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눈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충남도체육회 사무처장 K(72)씨. 지난 1995년 김한곤 전 충남지사 시절 처장직을 맡기 시작해 고교 후배인 심대평 전 충남지사 때 줄곧 맡았고 현 이완구 지사에 이르렀으니 올해로 무려 12년째다.
그의 장기집권(?)으로 인해 충남도체육회는 오래 전부터 내부적으로 인사적체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의한 창조적인 일들이 모색되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업무만이 되풀이돼왔다. 이로 인해 충남도체육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침체된 분위기로 일관돼 오고 있다는 것이다.
심 지사 시절, 그는 공공연하게 ‘심 지사의 퇴임시기와 맞추겠다’며 자신의 장기집권과 관련된 갖가지 비난의 화살을 피해왔다. 그러나 신임 이완구 지사가 취임한 이후에도 그는 자리에 대한 질긴 욕심을 버리지 못한 상태다.
물론 그가 충남도체육회에 남긴 공헌도 적지 않다. 충남도체육회 안팎에서는 그를 ‘충남도 체육행정의 틀을 짠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랜 행정 경험을 그는 충남도체육회에 접목, 체육행정의 기초를 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전임 심지사와의 인연을 활용, 체육 행정을 추진력 있게 끌고 나간 것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퇴임 시기를 질질 끌어 온 상태에서 또다시 자리에 연연하는 그의 행동은 신임 지사의 새판 짜기를 가로막는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신임 지사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인사가 어디 K씨 한 사람 뿐이겠는가.
충남도 여성정책개발원장 A(70???씨를 비롯해 충남도역사문화원 내 박물관장을 맡고 있는 K(67)씨 등등 상당수에 이른다. 이들은 한결같이 전임 지사의 영향력 아래 임명된 인물들이다. 흔한 말로 전임 지사의 사람들인 것이다.
새로운 도지사가 임명됐다 해서 전임 지사의 사람들을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전임 지사의 그늘 아래서 오랫동안 호흡했던 사람들, 그로인해 도정의 마인드가 신임 지사의 그것과 다른 인물이라면 이제 새로운 판을 위해 그들 스스로 하루빨리 뭔가를 결정지어야 한다.
게다가 그들은 연령적으로도 퇴임시기가 한참 지난 인물들이다. 물론 그들이 지닌 풍부한 경험과 경륜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이젠 그들도 후배들의 새로운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연륜이다. 때문에 유덕준 전 행정부지사가 떠나면서 남긴 퇴임의 변을 곱씹어볼 사람들은 바로 그들인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의미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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