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중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장 |
3000년의 세월동안 지진과 화재와 약탈로 무너진 폐허 위에 새 도시가 건설되기를 무려 아홉 차례 거듭한 곳이라고 한다. 바닥에서 일곱 번째 층이 바로 BC 1200년경 비극의 무대라고 밝혀낸 사람은 1932년 미국의 블레겐 교수였다.
‘문자 그대로 문명의 현재는 과거를 디디고 서있는 것.’ 청계천 복원공사 당시 발굴팀장으로 참여했던 홍지윤씨가 며칠 전 한 일간지에 쓴 얘기다. 아울러 현재 서울의 지표(地表)가 한양을 설계할 당시보다 2m 정도 높아졌음을 밝히고 있다.
크리미아 전쟁 때 군납으로 돈을 번 슐리만은, 36세 때부터 사업을 접고 꿈의 성취에 매달린다. 막연히 기원전 8, 9세기 시인으로 알려진 호머요, 픽션으로 간주하던 일리아드이지만, 그는 십여 년간 일리아드에 나오는 트로이에 대한 묘사에 가장 흡사한 장소를 찾아 터키를 헤매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하는 슐리만의 발견에, 계속 발굴하고 연구한 후학들의 업적이 다시 더해져 오늘에 이르렀다.
문명의 전진에는 선인(先人)들의 지혜와 역사의 계승이 기본이요, 꿈과 정열에 불타는 엘리트들의 견인차 역할이 필수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깨닫는다.
고전음악은 어렵고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심지어 일부 계층을 위한 엘리트 즉 ‘고급예술’이라는 말까지 한다. 반론을 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는 정서는 일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근대화의 역사가 짧고 경제력이 취약한 저개발국가라면 더욱 그러하다. 뒤집어 보면 우리가 고소득 선진국민이 되려면 이러한 정서부터 바꿔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해서 극복해야 한다.
과감한 투자를 통하여 고전음악의 ‘대중성’을 키워야 한다. 수많은 엘리트 즉 세계적인 연주자, 성악가, 작곡가, 비평가, 교육자를 길러야 한다. 수십`수백만의 팬들이 열광하는 대중음악의 ‘원천기술’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대중음악만이 풍미하는 풍토는 결국 창작의 샘을 말려버리고, 외국명품의 카피제품 즉, 짝퉁 만이 살아남아 문화식민지로 가는 지름길이다. 원천기술을 끌어올려야 비로소 외국에서도 ‘상품가치’를 인정받는 글로벌 대중음악이 계속 재생산될 것이요, 그 계획과 교육, 공연의 산실(産室)중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의 전당인 것이다.
화제가 된 ‘생활체육’에 대하여 한 마디. 리오데자네이로 말라카낭축구장 주변은 온통 공차는 아이들 천지다. 펠레와 호나우두, 마라도나나 지단 같은 영웅이 탄생하면 국민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공을 차게 되어있다.
차범근 박지성이 뜨면 축구인구는 저절로 늘어난다. ‘엘리트 영웅’에게 경기장만 장만해 주면된다.
조수미 정경화 장영주 그리고 장한 장한나…. 공연장에 후원하고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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