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강우석 감독, 조재현·안성기·차인표 출연)

  • 문화
  • 영화/비디오

한반도(강우석 감독, 조재현·안성기·차인표 출연)

반복되는 치욕의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사라진 국새를 찾아라!

  • 승인 2006-07-14 00:0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직설적 ‘애국’과 원색적 ‘극일’
노골적 메시지에 재미 되레 반감





단순히 “재미있니?”라고 묻
는다면, ‘한반도’는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어디까지나 영화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그대로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아무 생각없이’ 몰입해서 봤을 때 그렇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묵직한 감동을 안고, 가슴을 활짝 펴고 극장문을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메시지가 너무 위험하고 투박하다. ‘생각없이’ 보기엔 관객들이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들 있으니, 그게 문제다.

남북을 잇는 경의선 개통식 날, 일본은 을사늑약을 근거로 경의선 철도가 자신들의 소유임을 주장한다. 사학자 최민재(조재현)는 “문서에 찍힌 국새는 가짜다”라고 주장하고, 고종이 숨겨둔 진짜 국새를 찾으면 일본의 억지주장을 뒤엎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무력시위까지 벌이는 일본에 강하게 맞서던 대통령(안성기)이 최민재를 지원하는 사이, 대일관계 경색을 우려한 총리(문성근)는 국새 소동을 막으려 한다. 총리는 국정원 서기관 이상현(차인표)을 시켜 방해를 명한다.

경의선 철도처럼 영화는 정해진 궤도 위를 쾌속 질주한다. 오른쪽엔 민족주의라는, 왼쪽엔 반일감정이란 레일을 나란히 놓는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번갈아 오가는 에피소드는 침목으로 깔았다. 승객(관객)의 목적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반도호 열차는 오로지 ‘민족 자긍심’ 역을 향해 블록버스터급 속도로 돌진해 간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정부종합청사 폭파신과 한일간 해상 전투신, 고증을 바탕으로 꼼꼼히 재현한 대한제국의 궁궐과 그 곳에서 벌어지는 명성황후 시해 장면 등. 실감 영상으로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드는 꽤 공들인 장면들이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거슬리는 건 기적소리가 너무 잦고, 크게 울린다는 점. 배우들은 한결같이 치켜뜬 눈에 핏발을 세우고 시사 다큐 프로그램의 MC처럼 한 단어씩 힘주어 씹어뱉듯 대사를 처리한다.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와 대통령은 각각 카메라를 노려본 채 정면 클로즈업으로 비장하게 대사를 토해낸다.

필터 없이 관객에게 감정적으로 직접 호소하길 원하는 이런 직설적 화법을 듣다보면 왜 ‘2시간27분짜리 역사 강의’라는 악평을 듣는지 깨닫게 된다. 직설화법이 반복되는 탓에 극적 긴장감도 잃어버렸다.

대통령과 총리와의 대립, 최민재와 이상현의 대결 등 굴곡 구간을 흥미롭게 지나던 열차는 구간이 끝날 때 쯤 갑자기 힘을 잃는다. 최민재를 죽일 것 처럼 대하던 이상현이 최의 설득에 한순간에 신념을 바꾸는 설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애국=선’이고, 그 길을 가는 것이니 무조건 “따라와∼”하고 따라가야 하는 건가.

강우석 감독은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나라 사람 치고 ‘한국이 일본을 물리치는’ 이야기에 가슴 뛰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만약 이 영화가 관객의 호응을 얻는다면 이 지점일 것이다. 또 강 감독이 아니라면 애국주의에 이토록 과감히 상업적으로 맹동하는 영화를 만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말하는 태도다. 어깨에 힘을 꽉 주고, 눈 부릅뜨고 큰 소리로 하는 이야기는 듣기 거북하다. 오히려 꼭 그래야 했는지도 의문이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