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일찌감치 북한 미사일 발사를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도발로 규정하고 사상 최초로 미사일 요격체제를 실전 가동하였는가 하면 사태 발생후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 국가 지도자들과의 연쇄 접촉을 통해 일관된 대북 압박 분위기를 구축해 놓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미국 6자회담 대표는 중국을 비롯하여 한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 국가들을 순회하면서 대북 제재에 관한 각국 이해를 조정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사태가 발생하자 기민하게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만경봉호의 입항 금지 등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과시하고 있다. 일본은 북일관계의 악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발동하면서 대북 선제 공격까지 거론하는 등 정치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보통국가를 넘어 대중 견제력을 확보할 만큼의 군사력 강화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북한 미사일 사태를 평화를 저해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으며 원자바오 총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북한이 우방이자 인접국인 중국에게 미사일 발사에 앞서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은데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10일 북한을 방문한 6자회담 중국측 대표인 우다웨이 부부장의 방북 결과가 중국의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한 해법 방향과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제재의 수준을 결정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중국은 대일 군사력 견제와 함께 대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할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미사일 사태를 둘러싼 주변국가들의 기민한 움직임은 각자 자국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도모하면서 역동적인 주변 정세 하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 정치적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사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한 입장과 행태는 실망스러울 뿐이다.
지난 8년간 일관된 햇볕정책의 추진 결과 북한에 대해 막대한 지원을 해왔음에도 북한 미사일 사태와 같은 도발사태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 미사일 발사 조짐을 인공위성용이라거나 발사 후에도 군사적으로 위협이 아니라는 등 주변국가들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반응으로 일관함으로써 안보 불감증을 노출하였다.
미사일 발사 조짐을 알고도 인근 지역을 항해하는 우리 민항기와 선박들에 대한 아무런 경고조치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도발을 정치적이란 이유로 대통령을 비롯한 안전보장회의 참석자 모두가 안이하고 느긋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가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같은 중대 위협에 대해 침묵하는 괴이한 행태를 지속하고 있고 이를 비판하자 청와대 참모들은 안보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궤변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일본의 대북선제공격론이나 ‘야단법석’ 과잉대응을 비판하기에 앞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엄중 항의하고 유엔 안보리에서는 대북 제재논의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도 확고한 입장을 밝혀 북한이 보편적 규범을 따르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이 되도록 촉구하는 데 일익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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