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일 입구를 들어서며, 복도 한편에 즐비한 화환을 보면서 ‘화환은 사양합니다’는 초청장과 다른 모습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져, 남다른 기대와 실망이 교차되었다.
한편 그동안 겪은 역경과 고뇌, 삶과 꿈을 소중한 인연으로 알고 지내온 지난 일들을 스스로 생각한 성공의 비결인 예리한 관찰에 따라서 하나씩 열거되어 고개를 끄떡이게 하였다.
이후 숨 가쁘게 선거가 치러지고, 모처럼 대전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라 뉴스의 앞글로 장식하며, 예상과는 달리 현직 시장을 앞지른 선택이 되었다. 지방분권화를 위한 지방선거판에 오죽하면 중앙무대의 흐름에 따라 표심이 갈라지고, 지난번 열렬한 지지를 보내던 사람이 아파트 값을 두 배나 올려줬는데도 등을 돌렸을까. 기록상으로 보면 5개구청 중 3곳에서 지고, 2개구에서만 이기고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시민들의 욕구가 전략화 되어 집단화되었다는 증거이다.
많은 일을 하고도 정당히 평가받지 못했다는 소리에는 관심이 없는 유권자가 오늘을 사는 대전시민이다. 월드컵과 함께 폭풍이 지나간 이제는 뜻을 이룬 기쁨으로 가득한 가슴을 식히고, 4대 민선시장으로 출발한 행보가 4년 뒤가 아닌 40년을 내다보는 다음 세대를 위한 출발이기를 바란다.
당장 해결 할 과제가 많다. 원도심 U턴 프로젝트, 엑스포 과학공원과 대덕 연구개발특구의 활성화, 경부고속철 주변정비사업과 3대하천 살리기 등 어느 하나 만만한 일이 없다. 이러한 개발도 문제지만, 선거기간동안 두 갈래로 갈라졌던 마음을 추슬러 봉합하는 일이 우선이다. 또한 내 것에 대한 보존과 상실의 문화가 익숙하지 못한 타성을 빨리 탈피시켜야 한다.
모든 일은 어느 한편이 좋으면, 반대편은 나쁠 수밖에 없지만, 반드시 나의 행복이 남의 불행이 아니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을 소유한 것이 아니고, 일을 해 본 사람만이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모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지만, 시민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할 덕목이다.
동병상련의 꿈을 안고 있는 시민들은 거친 바람과 상관없이 조용한 지지를 보냈다.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중심의 생활안전망이 하루 빨리 구축되고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복지사회의 근간이 이뤄지는 살맛나는 대전을 기대해 본다.
한 민원인의 재산피해를 염려하여 구청장 마지막 날, 밤늦게 결재하여 준 정림동 고개의 푸른 언덕은 그동안 마구 파헤쳐 져 당초 예상대로 의료시설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당초 의도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면 이는 미숙한 조치임을 알아야 한다.
빠르게 지나갈 적에 느낀 옳고 바른길도 지나와 보면 삐뚤어져 있기 마련이다. 모두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바라보면서 일을 마치고, 평가한다면 이는 오직 자기 잣대에 맞춰져 있을 뿐이다. 멀리 보겠다고 망원경을 갖고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고 살필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하늘로 올라서 살피기 바란다. 그래야만이 우리 대전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그동안 내건 현란한 공약을 모두 기억하지 않겠지만, 이는 불필요한 것을 털어버리는 아량으로 변질되는 고도의 시민의식 일 뿐이다. 처음처럼, 훈수를 두던 입장에서 느꼈던 불편한 생각을 거리낌 없이 구사해보기 바란다. 지혜롭게 실천하는 조그만 행동이 시민들의 마음에 다가 설 때, 중앙정치의 시녀 꼴을 면치 못한 지방자치선거에서 바람이 아닌 마음으로 선택한 ‘시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대전’을 이끈 민선시장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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