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경희 충남고 교사 |
순발력도 없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름 앞에 ‘교사’라는 접두어 외에 다른 것을 붙여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2006년이 ‘단위학교 혁신 원년의 해’란다. 뜻하지 않게 ‘대전시교육청 자체 혁신전문 강사’가 되었다.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총 32명 강사 명단이 탑재되고, 각 학교에서 이들 중 선정하여 강의를 요청해오면 원하는 시일에 나가서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교원연수를 해주는 일이다. 사실 한 두 시간 강의로 교사들의 혁신역량을 얼마나 강화시킬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낯선 학교를 더듬더듬 찾아가 미지의 선생님들을 만나는 일은 긴장도 주지만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강의 섭외시 담당자들은 ICT 등의 교육자료 활용 유무를 물어온다. 물론 필요 없다. 현란한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어야 그럴듯한 강의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편견이다. 관건은 ‘의사소통’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우선 강사와 수강자들의 눈과 눈이 마주쳐야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마음과 마음이 열리고 그 마음이 서로 통해야 된다.
저마다 ‘공교육이 위기’라고 외쳐대는 시대를 교사로 살아가기에 모두들 ‘길이 어디인가’ 고민한다.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거창하고 막연한 이론이나 공허한 구호가 아니다. 치열하게 겪어낸 진솔한 실천사례들을 제시하다보면 작은 희망이나마 심어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혁신 강사로 떠돌아다니면서 피부로 느끼는 것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혁신’이란 단어자체에 저항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혁신을 무엇인가를 뒤집어엎고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강의한다. 자기가 맡은 일에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래서 떳떳하고 당당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혁신’이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강의대상이 잘못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에 빠졌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혁신도 지도자부터 솔선수범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약 보름 뒤면 교육위원 및 대전시교육감 재선거가 실시된다. 학교운영위원 선거인단 3428명은 누가 진정으로 대전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냉철하게 판단해서 ‘혁신적’으로 선출해야 할 것이다. 부디 인맥`학연`이해관계로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리거나 유창한 말솜씨에 현혹당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할 듬직한 ‘교육전문가’를 뽑아 주길 바란다.
공정한 선거과정으로 최선을 다해 선전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승복하고, 당선자를 진정으로 축복해주는 ‘진짜 어른’을 보고 싶다.
그런데 과연 그 어른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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